사회 사회일반

그림으로 보는 격동의 한국 근현대史

리움, 17일부터 '코리안 랩소디…' 展

서용선 '동학농민운동'

네덜란드 궁정화가였던 휴버트 보스는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 출품할 작품을 그릴 겸 자신의 신혼여행으로 아시아를 여행하던 중 조선에 이르렀다. 외국 문물에 대해 빗장을 갓 연 개화기 조선이 그의 눈에는 마냥 신기했다. 그는 고종황제의 어진(御眞)을 유화로 그린 첫 번째 화가였다. 보스가 그린 '서울 풍경'(1899)은 낯선 호기심이 배어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서울 광화문과 경복궁을 그린 심전 안중식의 '백악춘효'(1915)는 생생한 당시 풍경보다 나라 잃은 설움을 더 짙게 드러낸다. 손장섭의 '조선총독부'(1983)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올해 첫 기획전으로 17일 개막하는 '코리안 랩소디-역사와 기억의 몽타주'전은 80여점의 작품들이 선보인다. 블랙박스 전시장에 마련된 1부 '근대의 표상'은 개항 이후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다룬 작품들을 보여준다. 김은호가 그린 '순종어진'(1923~1928 사이)과 채용신의 '유학자 초상'(20세기 초)은 망국의 한을 머금은 인물의 표정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또 박생광의 '명성황후'(1983)와 서용선의 '동학농민운동'(2004)이 내뿜는 강렬한 색채는 처절함과 비장한 역사의 한 자락을 강조한다. 동시에 이번 전시를 위해 미디어아티스트 정연두가 신작으로 만든 '구보씨의 일일'이 눈길을 끈다. 모형으로 제작한 개화기 광화문 거리를 주무대로 생생한 내레이션을 입혀 역사와 상상이 혼재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 일본 메이지시대(1868~1912)의 조선 관련 우키요에(다색목판화) 6점도 흥미롭다. 당시 조선정벌론을 주장하는 정치선전과 보도용으로 제작된 것이지만 태극기와 남대문, 평양성 등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희귀적 자료라 의미 있다. 우국지사의 기개를 붓끝에 담은 이육사의 '의의란'(1944), 안중근의 '국가안위노심초사'(1910)도 전시됐다. 1930년을 전후한 개화기는 샛노란 정장 여인을 그린 이인성의 '신여성', 이응노의 '양색시' 등이 보여주는 경쾌함과 나혜석, 오지호 등의 누드화가 드러내는 파격적인 속살, 새로운 표현을 모색한 유영국, 김환기의 추상성이 공존한다. 미술관 내 그라운드갤러리 전시장에서는 2부 '낯선 희망'이 해방 후 현재까지를 관통한다. 한국전쟁과 민족분단의 아픈 근현대사가 작품으로 펼쳐진다. 제주 4ㆍ3항쟁을 그린 강요배의 '한라산 자락 사람들'(1992)은 비극적 현실과는 대조적으로 맑은 하늘과 짙푸른 들판이 펼쳐져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중섭ㆍ장욱진ㆍ박수근 등 근대화가를 비롯해 김수자의 영상작품 '떠도는 도시들 2,727km 보따리트럭', 서도호의 설치작품 '유니폼', 베를린영화제 단편부문 수상자 박찬경의 '비행' 등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대표작도 볼 수 있다. 젊은 작가로는 30대인 김기라, 조습 등까지 아우른다. 전시를 기획한 이준 부관장은 "다양한 해석과 입체적인 형상이 가능하도록 구성했고 우리 기억을 횡단하는 역사를 반영하며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6월5일까지. (02)2014-6900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