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20%가 관심병사? 왜 부풀리나


A급 관심병사 300명, B급은 500명, C급은 1,000명. 국방부가 밝혔던 22사단의 관심병사 숫자다. 생각보다 많다는 점에 놀라면서 전체의 15%쯤 될 거라고 여겼다. 하루가 지난 23일 더 놀라운 말을 들었다. 관심병사의 수가 사단 병력의 20%에 이른다는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의 브리핑을 듣는 순간 아찔했다. 간단한 곱하기와 나누기면 철책 근무자의 수를 추산할 수 있기에 전방사단의 병력 수는 기밀에 속하는 것 아닌가.


정말로 관심병사가 20%에 달할까. 그렇지 않다. C급 1,000명 중에는 전입 100일 이내 신병이 기계적으로 포함된다. 군 생활 적응을 돕도록 특별히 보호하는 신병까지 왜 포함시켜 발표하나. 국방부의 셈법대로라면 신병 기간을 거친 병사, 즉 병력의 100%가 관심병사 출신이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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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더하기에 기밀사항까지 흘리며 관심병사의 수를 부풀린 의도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관심병사에게 위험 업무를 맡겼다'는 비난 어린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리라. 병력 운용에 애로가 많은 군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지만 이런 식의 접근은 옳지 않다. 브리핑 자리에 있었던 중국과 일본의 외신이 '한국 군의 20%가 문제 병사'라고 보도한다면 어쩌려고. 왜 국군의 이미지를 먹칠하고 나라 망신을 자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 점이다. 아들이 복무 중이거나 입대 예정인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시라. '우리 애가 20%에게 당하는 건 아닐까. 혹시 그 20% 안에 들어가 남의 귀중한 자식들을 해치지는 않을까.' 병사들이 부풀려진 관심병사 수를 그대로 믿으면 불신과 따돌림이 심해질 수 있다. 관심병사를 계도하려는 지휘관들의 관심과 노력도 줄어들게 생겼다. 열심히 근무하는 병사들의 업무부담만 늘어나 피로 누적과 전력 약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물론 B급 이상 관심병사가 9%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게 과연 군만의 문제일까. 관심병사에 의한 총기사고가 반복된다면 군과 개별 병사만의 차원이 아닌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하고 솔직하게 현실을 알려야 한다. 면피를 위한 부풀림은 재발 방지의 반대로 가는 통로일 뿐이다. /권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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