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나리오/한라중공업 어디로 가나

◎고비 넘기고 조선시황 회복땐 성공/①생존 위한 구조조정­뼈를 깎는 아픔 뒤따라…/몸집 가벼워 불황기에 강한 내성/②매각의 사전 정지작업­업계 현대서 인수설에 무게/매각 결정돼도 노조반발 등 변수전체 인원의 절반인 3천여명을 한번에 감원하는 것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인가, 매각을 전제로 한 「몸집줄이기」인가. 한라중공업에 대한 의문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절반을 줄이고도 영업과 생산 등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한가 아닌가로 좁혀보면 그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한라중공업은 지난달 25일 임직원의 절반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한라의 앞날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시나리오 1(생존을 위한 구조조정)=한라는 이번 대량해고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일단 몸집이 가벼워져 불황기에 강한 내성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고비를 넘기고 시황이 회복되면 다시 인원을 충원해 일어설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뼈를 깎는 아픔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인원을 줄이고 임금을 삭감하고 복지를 감축하는 것은 물론 일은 두배로 해야 한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절반의 인력으로 정상가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전혀없는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 2(매각의 사전정지작업)=조선업계에서는 이 시나리오에 보다 무게를 싣고 있다. 한라의 이번 감원에는 대상이 없다. 무조건 퇴직희망자를 우선 받고 목표치에 미달하면 권고사직을 한다는 방침이다. 전체인원을 줄이는 것이 목표지, 어느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정황으로 볼 때 권고사직을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라그룹이 중공업을 매각한다면 협상대상은 현실적으로 현대그룹 밖에 없다. 최근 극심한 경기악화로 매출 1조5천억원, 부채 2조3천억원의 대기업을 인수할 그룹이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현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이 가장 아끼는 동생인 정인영 한라그룹명예회장을 도울 가능성이 높다. 현대가 그동안 현대증권, 국민투자신탁 등 계열사들을 통해 한라에 지원을 해 온 점이 이같은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현대의 한라 인수가 확정단계에 들어가면 2차로 추가적인 인력감축이 이루어 질 가능성이 있지만 삼호조선소는 가동이 계속될 수 있다. 그러나 형제간 인수결정이 이루어진다해서 한라중공업이 바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현대가 한라중공업을 인수한다고 결정해 놓고도 현대그룹내의 반발과 한라중공업 노조의 문제로 인수가 늦어진다면 최악의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경기침체로 현대도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투자규모를 줄이고 있다. 또 그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철강사업의 투자도 만만치 않다. 현대그룹이 이런 상황에서 국내 4위의 조선업체를 부담없이 인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한라중공업도 노조가 인원감축을 반대, 전원 재고용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 인수의 걸림돌이 된다. 현대가 인수를 결정한다 해도 사업부문이 중복되는 인력들을 모두 끌어 안기에는 너무 벅차기 때문에 몸집을 줄이는 노력없이 매각은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한라는 자체적으로 살아 남지 못하면 현대로 인수될 것이 유력하다. 따라서 한라중공업의 앞날은 한라인의 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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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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