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엔저행진 강건너 불 아니다(사설)

엔저 행진의 속도가 빨라져가고 있다. 달러화강세가 지속되면서 엔화값이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지난 7일 국제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달러당 1백25엔을 돌파하더니 10일엔 1백27.19엔까지 치솟았다. 달러고 엔저행진의 배경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의 금리가 일본 보다 5%이상 높아 국제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일본의 투자자들도 미국 채권을 사기위해 달러를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경쟁력을 회복한데다 물가안정을 위해 고금리 정책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이 저금리 정책을 포기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같은 추세로 보아 엔저 행진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며 달러당 1백30엔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엔저지속은 강건너 불 일수 없다. 엔화약세는 일본엔 호재지만 우리에겐 악재이기 때문이다. 엔저행진으로 일본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회복되어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무역 흑자도 쌓이고 있다. 반면에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자동차·철강·조선 등 수출 주력상품이 가격 경쟁력을 잃고 수출시장에서 밀리고 있다.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판에 수출부진은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아 넣고 있는 것이다. ○엔고때 비해 50% 하락 올들어 석달만에 무역적자가 74억달러에 이르렀다. 이같은 수출부진에 소비재 수입이 증가하면 올해 경상수지적자는 2백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외채가 1천1백억달러를 넘었고 외환보유고는 3백억달러를 훨씬 밑돌고 있다. 이로인해 외환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위기의 출발점은 수출부진과 수입증가에 따른 달러 부족에 있다. ○한국 수출경쟁력은 약화 달러가 모자라서 생긴 병이라면 달러를 벌어들이고 씀씀이를 줄이는 방법이 상책이다. 수출을 늘리고 허리띠를 졸라매 소비재 수입과 여행수지를 줄이는 일이 우선이다. 수출을 늘리려면 고비용 구조를 깨고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다. 그렇다고 당장 급한데 그때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쟁력 강화는 그것대로 지속 추진하면서 단기대책으로 환율정책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실제로 원화는 달러나 엔화에 비해 아직도 고평가되고 있다. 수출이 활로인 우리 경제상황으로 보아 달러당 9백원선에 미치지 못하는 환율 수준으로는 가격경쟁에서 밀려 수출이 안되고 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특히 일본에 채이고 개도국에 추격당할 수밖에 없다. 엔고때인 95년 4월 달러당 79·75엔이었다. 엔저현상이 지속되어 달러당 1백27엔을 넘어섰다. 무려 58%나 엔화값이 떨어졌다. 원화는 95년 달러당 7백74원대 였다. 그동안 환율이 오르기는 했지만 달러당 9백원 턱에 걸려 있다. 환율 상승폭이 겨우 15%수준이다. 같은기간에 엔화가 원화에 비해 배 가까이 떨어졌다. 그만큼 우리가 가격경쟁력을 잃었다. ○환율 1불=1천원 넘어야 따라서 일본상품과 같은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면 달러당 1천원 이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수출업계의 호소도 바로 이런데 근거하고 있다. 물론 환율 상승의 부작용이 없지 않다. 수입물가 상승과 통화팽창으로 국내 물가를 불안하게 할 것이다. 외화차입 업체의 상환부담이 커지고 환차손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은 선택이다. 어느 것이 중요하고 우선해야 하는가를 가늠해서 선택할 수밖에 없다. 부작용은 다른 정책수단을 동원, 역 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 수차례 엔고의 호기를 맞았었다. 하나 단기 이익에만 몰두하고 시설투자 확대·생산성 제고·기술개발과 신제품개발·인력자원투자등 구조조정과 경쟁력향상엔 소홀히 했다. 엔저가 오리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됐었다. 대비를 못했을 뿐이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발목이 잡혀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환율정책으로 단기 활로를 뚫어야 한다. 가격경쟁력이 더욱 약화되어 수출이 부진하고 수입이 늘어간다면 달러당 2천원시대가 올 수도 있다. 엔저에 대응할 환율전략이 어느때 보다 필요하다. 정책 당국이 환율을 끌어올리지는 못할 망정 상승을 붙잡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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