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떠나는 앱 개발자들


스마트폰 가입자가 1,500만명을 넘어섰다. 이렇듯 스마트폰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가장 주목받는 직업군은 바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다. 스마트폰의 꽃이 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앱 개발자들의 근무 형태는 어떨까. 소수의 대기업 개발자들을 제외하면 평일 저녁이나 주말은 고스란히 회사에 반납해야 한다. 말 그대로 야근을 밥 먹듯 한다. 사측은 개발자들을 '인건비'로만 취급하기 일쑤다. 이런 분위기에서 애플이나 구글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면 연목구어다. 그런 생활이 싫어서 스스로 개발사를 차리면 당분간은 돈 벌 생각을 해선 안 된다. 아무도 신생 개발사의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을 돈 주고 쓰려고 들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무료인 '서울버스' 애플리케이션에 광고를 붙였다가 이용자들의 항의로 며칠 만에 광고를 포기했던 유주완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버스는 이전까지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던 버스 도착시간, 정류장 정보를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대부분의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쓰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개발한 유씨의 아이디어와 수고는 아무도 '돈 주고 써야 할 상품'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기자가 만난 개발자도 "그냥 1, 2년간 돈 벌 생각 말자고 마음을 잡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이렇게 열정만으로 수 년을 버티다가 쓰러지거나 호주로 정보기술(IT) 이민을 떠나기도 한다. 물론 정부도, 기업도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개발자 몇 명을 교육했고 어떤 상품 개발로 이어졌는지를 선전하는 데 급급하다면 개발자들의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 없다. 개발자들은 "당장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력을 찍어내기보다 고급 인력 양성에 주목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는 단순한 개발자들의 지위 향상보다도 국내 IT 생태계의 전반적인 개선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마트폰 열풍 이후로 많은 게 바뀐 것 같지만 아직 부족하다. 개발자들의 목소리가 정부 정책에, 기업 문화에 좀더 반영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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