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급하지도 않은 용역발주에 8,000만불 사용

◎고속철공단 “경제난 몰라라”/벡텔6과 수의계약 비용절감 노력도 안해/내년 계획안 확정안한채 신규공사 강행/“지나친 외세의존” 비난고조경제가 무너져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빚까지 얻어쓰는 마당에 한국고속철도공단은 민심을 등지는 일만 벌이고 있다. 정확한 효과 분석도 없이 미국 회사에 8천만달러가 넘는 외화를 주고 사업관리를 맡기는가 하면 사업계획이 어떻게 바뀔 지 모르는 때에 신규 공사를 발주하는 「배짱」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비 폭증, 공기 지연, 부실공사로 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경부고속철도 공사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 공단은 IMF 한파속에서 경부고속철도의 사업관리권을 미국 벡텔사에 모두 넘기기로 하고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가뜩이나 외화가 부족한 터에 미화 8천2백만달러(약 1천2백억원)의 용역비를 벡텔사에 주기로 했다. 그러나 공단과 벡텔과의 계약은 시기나 비용 면에서 적절치 못하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외국업체에 거액의 외화를 주고 계약을 맺어야 할 만큼 사업관리가 다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해도 앞으로 2년간은 노반공사가 고작이기 때문에 벡텔이 관리할 업무가 별로 없다. 게다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고속철도 사업이 어떻게 바뀔 지 모르는 상황이다. IMF체제에 따라 대형 국책사업의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경부고속철도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을 공단과 벡텔이 중복 관리함에 따라 비용 낭비도 엄청나다. 7백80명에 이르는 공단 인력은 줄이지 않은 채 1백20명의 벡텔사 인력을 더 들여올 경우 중복 투자가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수의계약 형식도 문제다. 공개경쟁입찰을 거치지 않다 보니 용역비가 지나치게 많이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개경쟁입찰에 부쳤다면 벡텔 외에 플로드 다니엘, 웡, 파슨스 등 세계적인 용역업체들이 참여해 계약금액이 훨씬 낮아졌을 것이다. 공개입찰로 사업관리 용역을 맡긴 신공항건설관리공단은 파슨스와 2백23억원에 3년간 계약을 해 수의계약을 한 고속철공단과 비교할 때 막대한 비용을 절감했다. 공단은 또 이달 초 대전 이남 3개 공구의 7천억원 상당의 노반시설공사를 발주했다. 내년 2월 입찰 서류를 받아 3월에 낙찰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교통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수정계획조차 아직 정부안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를 하는 무모한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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