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 영화 첫 여성 해적, 멋지게 만들고 싶었죠"

영화 '해적' 두목 여월로 액션 연기 도전한 손예진

바다에 빠진 금불상 건지는 장면… 실감나는 표현 위해 대역 없이 소화

눈빛·말투 카리스마 여월로 바꿔

시사회서 액션·감성 연기 합격점


"계집 배짱이 제법 지존이구나. 사내들 거래 트는 데 살을 먼저 날리고." "어디 사내가 있나?"

영화 '해적'에서 여월(손예진)과 장사정(김남길)의 첫 대면 장면. 장사정의 농을 냉랭하게 받아치는 여월의 한마디는 그녀의 캐릭터를 대변한다. 해적단을 통솔하는 단주(團主) 여월은 가소롭다는 듯 건장한 사내들의 머리 위를 훨훨 날아다닌다. 적을 제압하는 눈빛은 매섭고 액션은 절도 있다. "여월로 사는 동안 여성스러움은 카메라 앞에서 모두 내려놓았다"는 해적의 히로인, 배우 손예진(사진)을 만났다.

참고할 답은 없었다. 그동안 다뤄진 적 없는 여자 해적 캐릭터. 오히려 답을 만들어야 하는 게 손예진의 임무이자 부담이었다. "남자들 틈에서 위엄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죠. 가만히 서 있어도 당당해 보이기 위해 여성스러운 몸짓과 말투·눈빛 등 익숙한 모든 걸 덜어내려고 했어요." 실감 나는 장면을 위해 위험한 액션도 웬만하면 대역 없이 소화했다. 여월이 바다에 빠진 금불상을 건지러 배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심장이 춤을 추는 촬영'을 거쳐 완성됐다.


"두 팔을 펼치고 물속으로 뛰어내려야 했는데 몸이 굳어버리더라고요. 일정은 촉박하고 대역을 쓰면 뒷모습만 나올 수밖에 없고. 이 악물고 네 번 만에 오케이를 받아냈어요." 손예진은 영화에 합류하며 "한국 영화 사상 첫 여자 해적 캐릭터를 내가 멋지게 만들어보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냉철하지만 따뜻한 모성과 뜨거운 의리를 지닌 여월.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그녀의 답안지는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관련기사



남자들 틈에서 더 강렬한 향기를 내뿜어야 하는 건 작품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최민식(명량), 하정우·강동원(군도) 등 인기 남자배우들의 작품과 개봉시기가 겹치며 흥행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

손예진은 "의식을 안 할 수는 없지만 각 영화의 색깔이 다른 만큼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단주다운 의연함을 보였다. 좀 더 크게 보면 최근 한국 영화시장 자체가 여배우보다는 남자배우를 앞세운 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많이 안타깝죠. 남자배우들은 차기와 차차기 작품까지 시나리오가 밀려오는데 여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는 투자도 어려운 현실이니." 데뷔 14년 차인 손예진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마음을 다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자배우들 위주의 영화시장에서 여배우로서 제가 좀 더 든든한 기둥을 마련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걸 느끼는 거죠."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자 책임감과 재치 충만한 답변이 돌아왔다. "제가 완벽주의자이다 보니 두 가지 일은 못해요. 그러니까, 기둥 같은 배우가 먼저 되려면 지금은 결혼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는 거예요(웃음)." 조선시대 옥쇄를 삼킨 고래를 찾기 위한 해적과 산적의 대동단결 이야기를 다룬 '해적'은 오는 8월6일 개봉한다.

사진=권욱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