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마침내 위안화 평가절하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11일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위안·달러 기준환율을 6.2298위안으로 전날보다 1.86% 높게 고시해 사실상 위안화 가치를 절하시켰다. 이로써 위안화는 약 3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게 됐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말 이후 수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경기가 살아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증시 거품까지 꺼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키우는 와중이었다. 그런 중국 정부가 환율에까지 손을 대면서 시장에서는 혹여 글로벌 환율전쟁이 극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원화도 위안화 평가절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 사이 약 16원 오른 1,179원대로 마감했다. 원화뿐 아니라 싱가포르달러와 대만달러 등 아시아 각국 통화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생각보다 취약하고 이에 따라 앞으로도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원화 환율은 당분간 동반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추가 금리 인하나 지급준비율 인하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원화 환율 상승으로 우리의 수출전선에서 엔저에 대한 대응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아직 안심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위안화 절하는 곧 중국 경제의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음을 나타내는 만큼 한국의 대중 수출이나 세계 경제에 던지는 파장도 간단치 않을 것이다. 우리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25%에 이르는 점을 고려한다면 금융 부문뿐 아니라 실물경제에까지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여러 가지 변수를 우리가 주체적으로 통제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시나리오별 대응책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