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방약무인한 구글


구글 한국법인인 구글코리아가 한 해 국내에서 얼마나 버는지 알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구글 자신과 국세청 정도를 빼면 사실상 없다. 기업 공시를 뒤져볼 수 있겠지만 도움이 안 된다. 구글코리아는 소수 주주가 유한책임을 지는 유한회사인 탓에 공시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구글처럼 공시조차 하지 않는 곳은 애플코리아ㆍ야후코리아ㆍ한국HP 등 수두룩하다. 들춰 볼 수가 없으니 관리감독기관마저 실체를 파악하기 녹록하지 않다. 지난달 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구글코리아 첫 방문에 앞서 방통위는 이 회사에 국내 영업 등에 관한 사전 자료를 요청했다. 이내 돌아온 답변은 '미국 본사에서 총괄하니 밝힐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방통위가 대응할 수 있는 길은 달리 없었다. 구글 입장에서는 본사 방침에 충실히 따른 것이지만 방통위는 글로벌 정보기술(IT)시장을 휘젓고 있는 슈퍼 갑(甲)에 자료 요구조차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다시 한 번 맛봤다. 글로벌 IT 패권에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고 있는 구글은 국내 이동통신업체나 단말기 업체들을 중요한 파트너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구글과 기꺼이 손잡기를 원하는 기업이 넘쳐나는데다 통신 인프라까지 발달된 한국은 마음껏 테스트해보고 시장 확장의 교두보로서 최적지일 뿐이다. 한국 시장에서의 역할이나 공시 같은 거추장스러운 의무는 일찌감치 벗어던졌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다. 한국에 대해 쏟아냈던 수많은 립서비스에도 불구하고 한국 진출 7년여 동안 연구개발센터를 빼면 변변한 투자실적도 없다. 최근 4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에릭 슈밋 회장 역시 구글의 깃발 아래 뭉치고 개방에 나서라고 강조했을 뿐 이렇다 할 투자 보따리는 풀어놓지 않았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구글의 패권이 현실화된다면 한국 시장은 구글의 단순한 테스트베드(시험장)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슈밋 회장이 한 이통사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모바일커머스, 스마트홈 등 테스트베드 사업을 제안했었다. 구글의 거대한 IT 틀 속에 무기력하게 갇히지 않기 위해 국내 시장만큼은 지킬 수 있는 우리의 룰을 가져야 한다. 이를테면 기간통신, 부가통신 사업자 구분 없이 외국계라도 경영 활동과 실적을 일정 수준 공개토록 강제하는 수단도 필요하다. 구글의 방약무인(傍若無人·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함)한 모습과 슈밋 회장의 온화한 미소는 이래저래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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