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자꾸만 억울하다는 일본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다소 유감스럽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주변국의 비난에 대해서는 여전히 억울해한다. 지난 5일 아베 신조 총리는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 '존경 받고 있는 위대한 인물'이라고 했고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은 "미군도 일본에서 위안소를 이용했다"며 과거사 망언을 이어갔다. 이토 히로부미의 공과를 모두 인정하라는 얘기고, 미군도 오키나와에서 위안소를 이용했는데 왜 일본만 문제 삼느냐는 투다.


심각한 것은 이런 류의 발언이 정치인들에게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메이지유신 이후의 근현대사는 거의 가르치지 않아요. 논쟁의 여지가 있는 내용은 대학 입시에 출제되지 않고 그래서 중ㆍ고등학생들도 공부하지 않습니다. 일반인 대상 저술은 충분히 출간돼 있으니 관심 있다면 알아서 찾아보는 정도예요."아베 총리의 발언 하루 전 도쿄 국제도서전에서 이어령 전 장관과 대담한 일본의 대표적인 지식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왜 일본은 중고등학교에서 근현대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느냐'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완곡한 표현이지만 일본 근현대사에 대한 평가를 지금 내리기는 온당하지 않고 그러니 그것을 자라나는 세대에 가르칠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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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회비평은 물론 임사체험ㆍ뇌과학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방대한 분량의 독서가로 유명하다. 또 지적 관심이란 인간이 문명과 역사 앞에서 어떠한 입장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 집중돼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런 그도 벗어나지 못하는 게 일본의 역사 인식이다. 이러니 전후 세대에게 죄의식 따위가 있을 리 없고 특히나 해묵은 감정이 존재하는 한국ㆍ중국과 과거사에 대한 전정한 화해도 어렵다.

이에 이 전 장관은 이렇게 충고했다. "히로시마는 원자폭탄 투하지로서 누구에게나 가슴 아픈 곳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이 아시아 침략을 나선 본거지로도 기억됩니다. 한중일이 각자 피해 입은 것만 알아서는 안됩니다. 2차 대전 후 독일이 어떤 식으로 과거 홀로코스트에 대해 반성하고 스스로 후대에 가르치며 시대의 집단 기억을 만들어내 이를 극복했는지 기억해야 합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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