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저널리스트 부자(父子)가 집과 학교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나무를 골라 함께 쓴 나무 관찰 기록이다. 자작나무, 생강나무, 때죽나무 등 52그루의 나무를 관찰한 기록을 사진 자료와 함께 담았다. 10년 넘게 과학기자로 지내면서 일반대중에게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왔던 저자 특유의 유머도 느껴지는 책이다.
아버지와 아들은 8년간 준비해온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아파트 바로 앞에 있지만 평소 그냥 지나쳤던 마가목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이 나무는 닥터 지바고가 흰눈이 쌓인 산속에 갇혀 있을 때 빨간열매를 보며 연인 라라를 그리워했던 수종(樹種)이다. 역시 그 화단에 있는 회양목, 주목, 측백나무, 향나무, 산수유, 앵두나무, 목련, 치자나무, 백당나무, 중국단풍 등에 대한 설명도 이어진다. 개론을 설명한 뒤 깊게 설명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집근처에서 숱하게 봐왔지만 무슨 나무며 식물인지 전혀 관심도 갖지 못한 채 무심코 지나쳤던 대상들이다. 우리 집 주변에 도대체 어떤 나무들이 분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나무지도'쯤 될 것 같다. 하지만 소나무, 잣나무, 참나무, 벗나무, 대나무, 단풍나무, 개나리, 진달래, 장미처럼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나무는 제외했다.
에덴동산에는 왜 하필 사과나무가 있었고 아담과 이브는 왜 하필 무화과 이파리로 몸을 가렸을까. 그리스 신화에서 올림푸스 산들의 신들은 제각기 자신을 대표하는 나무를 골랐다. 제우수는 참나무, 아폴로는 월계수, 아테네는 올리브다. 왜 그들은 하필 그 나무를 골랐을까. 저자는 그런 질문들에 답하며 이런 질문도 던진다. "나는 왜 하필 지금 여기에 있을까"책은 겨울에서 시작해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의 순으로 설명한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