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3·4분기 성장률은 무려 12.3%에 달한다. 지난 88년 1·4분기 이후 최고치다. 이대로 가면 올해 전체 성장률은 9%를 기록할 전망이다. 설비투자와 수출이 주도하는 등 성장의 내용이 좋은 것도 다행스럽다.그러나 너무 빨리 회복되다보니 물가불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경기과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경기과열 여부를 점검해볼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물가보다는 경기회복에 더 무게를 두어온 재경부도 최근에는 안정쪽으로 기울고 있다. 반면 대다수 경제연구소와 전문가들은 인플레 가능성은 아직 작다는 진단이다. 아직까지 총수요가 총공급에 미치지 않고 있는데 과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경기논쟁은 어느쪽의 주장이 옳다고 단정하기 힘든 속성이 있다. 결국 경제정책의 우선 순위에 따른 선택의 문제다. 현단계에서 경제운영의 최대 과제는 현재의 회복세를 안정적인 장기호황으로 유도하는 것이 돼야 한다. 이렇게 보면 선제적 긴축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대우·투신사태로 인한 금융불안이 여전한데 돈줄을 조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제유가급등·임금상승 등이 고개를 들고는 있으나 인플레는 아직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성장잠재력을 착실히 다져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금리정책은 당분간 지속돼야 할 것이다.
현재의 빠른 회복세를 장기호황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는 선진경제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80년대 일본경제, 90년대 미국경제의 사례를 보더라도 경제는 장기호황 속에서 성숙하고 고도화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중장기 경제전망은 10년후 한국경제의 모습과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전망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2010년에 1인당 소득이 2만달러를 넘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매년 5%의 성장이 지속되고 물가는 2%, 실업률은 4% 달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너무 낙관적인 장밋빛 청사진이라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우리의 목표가 이 정도는 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과감한 개혁과 기술혁신이 없으면 희망사항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현재 추진중인 기업구조조정이 제대로 이행돼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기술혁신에 박차를 가하려면 침체된 연구개발투자를 회복하고 세계일류 기업들을 대거 유치해야 한다. 전자·자동차·반도체·조선등을 대신할 새로운 성장엔진도 육성해야 한다. 관치경제를 완전히 청산하고 시장주도형 경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가야할 길은 멀다. 현재의 경기회복세를 장기화하기 위한 신축적이고 예방적인 금리정책과 함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중장기 비전마련과 실천에 적극 나서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