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독일의 소도시 빌레펠트에서 열린 한 시상식. 애플리테일, 구글, 독일연방경찰 등 현지기업과 공공기관 등 5곳이 수상자로 뽑혔지만 어느 하나 시상식에 없었다. 참석하면 오히려 이상할 뻔 했던 이 시상식의 이름은 '빅브러더어워드(Big Brother Award) 독일 2013'. 국민사생활을 가장 많이 침해했다고 평가되는 곳을 지목하는 연례 행사였다.
△현대인은 클릭과 터치 한번이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모든 정보와 상품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의 모든 것은 네트워크에 철저히 노출된다. 스마트폰과 PC에 담겨 있는 자신의 사생활이 통신사의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속에서 발가벗겨지기 때문이다. 어디 이 뿐인가. 전국에 400만대나 깔려 있는 CCTV는 하루 80회 이상 우리를 감시하고 차에 달린 내비게이션은 지난 행적을 빠짐없이 저장한다. 개인의 사생활이 온전하게 숨쉴 수 있는 공간은 어디에도 없다.
△1949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있던 빅브러더(Big Brother)가 현실화된 것은 글로벌 도감청네트워크 '에셜론(Echelon)'부터였다. 1998년 영국의 정보전문가 덩컨 캠벨에 의해 실체가 드러난 이 네트워크는 미국, 영국 등 5개국이 당초 소련과 동구권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냉전소멸 후 주변 국가의 첨단산업 기밀을 빼내는 데 이용됐다. 정보기관만 빅브러더가 된 것은 아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올 3월 치안강화를 위해 하늘에 무인기를 띄워 감시하겠다고 했다. 소설 속 빅브러더가 뉴욕시로, 텔레스크린이 카메라와 무인기 화면으로 바뀐 것이다.
△전직 중앙정보부(CIA) 직원이 폭로한 국가안보국(NSA)의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한 감청ㆍ정보수집 스캔들이 최근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하지만 이는 빅브러더의 실체 중 극히 일부일 수 있다.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곳에서 우리의 사생활은 감시 받고 농락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전이 편리함을 가져다줬지만 인간은 그 속에서 스스로를 제한하는 덫에 갇혀버렸다. 자신도 모르는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