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의료분쟁조정법/강진경 영동세브란스병원장(로터리)

의사들은 자신의 의술과 지식, 그리고 정성으로 암과 같은 어려운 질환은 물론이거니와 비교적 간단한 외과적 치료에 있어서도 긴장을 풀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한다.그러나 진료를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의료사고는 흔히 의료분쟁으로 연결되게 마련이다. 의료분쟁은 대개 환자측이 바라는 기대에 못 미치거나 불만족스러울 때 발생하는 경우와 의사에게 아무런 과실이 없는데도 환자측이 이를 의심해 일어나는 경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료사고 발생건수는 연평균 1천2백∼1천3백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의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내용을 보면 의사의 54.3%가 의료분쟁을 겪었는데 유형별로는 과격항의가 64.5%, 폭력이 9.3%로 나타났다.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측은 병원이나 의사를 상대로 모욕, 폭행, 재산손괴, 업무방해, 명예훼손, 진료방해 등의 불법행위를 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있으며 의료인측은 병원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과실 여부를 불문하고 환자측과 합의를 통한 타협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합의를 도출하려면 양측 사이에 지루한 협상과 신체상의 위협 등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의료인의 진료환경이 불안하니 의료인은 소신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진료의 위축과 방어진료로 위험한 환자나 고난도의 수술을 요하는 환자를 기피하거나 불필요한 검사를 시행한다. 이처럼 의료분쟁은 증가하고 있는데도 이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여 분쟁당사자의 비용은 물론 사회비용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 이의 해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의료분쟁조정법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분쟁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하고 공익성, 중립성을 바탕으로 분쟁을 조정하도록 하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조속히 제정되어 의료인이 안정적 진료환경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는 의료인을 전적으로 신뢰하여 질병 치유에 노력하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관련기사



강진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