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아랫돌 빼 윗돌 괴는 고용노동부


지난 26일 고용노동부는 귀가 따가웠을지 모르겠다. 외국인근로자 쿼터 배정 발표날 탈락한 수천개 중소업체에서 터져나오는 불만과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했기 때문이다. 4명의 외국인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S산업 대표는 “최소한 생산라인이 멈추지 않게 인력을 공급해줘야 하지 않냐”면서 “고용부가 중소업계의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용부는 최근 내년도 외국인근로자 5,000명에 대한 조기배정 신청을 실시했다. 8월 올해 쿼터가 소진돼 중소업계에서 하반기 외국인 1만명 증원을 요구하자 내년 쿼터(5만2,000명) 중 일부를 앞당긴 것.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고용부는 청년실업 때문에 외국인 쿼터 확대에 부정적”이라며 “하지만 힘든 여건의 중소업체에서 내국인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내국인이 주물ㆍ도금 등 3D 업종을 기피해 고용부가 우려하는 외국인 일자리 잠식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3명을 신청했다 대기로 밀린 D교역 관계자는 “중소업체 대부분 생산직이 50대고 30~40대는 거의 없다. 외국인이 없으면 공장을 못 돌린다”며 “어쩔 수 없이 불법 체류자까지 쓰는 게 현실”이라고 답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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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고용부가 임시방편으로 내년 쿼터 중 일부를 조기배정했기 때문에 내년이면 또 인력 부족이 생길 게 뻔하다”며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탁상행정을 꼬집었다.

이번에 변경된 점수제 또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외국인 신청을 위해선 전날부터 줄을 서야 했다. 선착순제에 비난여론이 일자 고용부는 부랴부랴 점수제로 바꿨다. 하지만 외국인을 적게 신청하면 가산점이 주어지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과 공개되지 않는 점수항목에 대해 불만이 많다. D금속 측은 “감점이 안되게 준비했는데 어떤 항목에서 점수가 부족했는지 모르겠다”며 “외국인을 배정받지 못한다면 차라리 줄을 서더라도 예전 제도가 낫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생산 가능 인구는 오는 2016년 정점에 이른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경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외국인 인력 유치는 불가피하다며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용부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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