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슈퍼 주총데이] 배당확대 등 싸고 실랑이… 실적 좋은 현대차·LG전자는 일사천리

192개 상장사들이 일제히 주주총회를 개최한 ‘슈퍼 주총데이’를 맞아 이사 책임 축소와 배당확대, 집중투표제 도입 등 다양한 이슈를 두고 회사측과 주주들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16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타워에서 열린 포스코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는 “이사의 책임을 축소하고 사채 발행 권한을 대표이사에게 위임하는 정관 변경 내용이 주주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일부 주주들의 의견을 정관 변경에 반영했다.


포스코는 당초 내달부터 시행되는 상법 개정안에 맞춰 이사 책임 경감과 사채 발행시 대표이사에 위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관변경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이 일부 기업들의 이사책임 경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관 개정 내용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대림산업을 비롯해 풍산, 풍산홀딩스 등의 기업들이 관련 내용을 자진철회하기도 했다.


이사 책임을 감면하는 조항을 삭제한 포스코와 달리 현대제철과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한라건설, 만도 등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은 관련 내용을 포함한 정관 변경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또 지난 2004년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했던 LG화학은 이날 주총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켜 일각에서는 “투명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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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펀드(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와 대주주간 표 대결이 예고됐던 남양유업 주주총회 현장은 주총 시작시간인 9시가 되기 전부터 주주와 남양유업 임직원들을 포함해 100여명이 꽉 들어차 앉아 있을 정도로 열기가 달아 올랐다. 하지만 사측이 제시한 안건이 그대로 통과되면서 이변 없이 끝났다. 앞서 장하성펀드를 운용하는 라자드에셋운용이 남양유업 측에 현금 배당을 25배 늘리고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고 KB자산운용, 한국밸류자산운용 등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관심을 모았지만 대주주와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등이 반대하면서 끝내 부결됐다. 집중투표제란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소액주주가 연대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이사를 뽑을 수 있다.

라자드기업지배구조 펀드 자문을 맡고 있는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미국변호사는 "주주제안 채택이 힘든 일일 것으로 예상은 했다"며 "남양유업이 주주의 의견을 전혀 숙고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해 다른 주주들과 논의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소액주주들의 시위로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주총 현장에서는 일부 소액주주들이 이석채 KT 회장의 재선임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면서 소란을 빚었다. 그러나 이석채 회장은 이날 3년 임기로 연임에 성공했고 앞으로 3년간 주당 2,000원 이상의 현금 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친화적 경영방침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실적이 좋은 기업들은 아무런 잡음없이 주주총회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기도 했다. 최근 스마트폰 부문의 호전을 바탕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LG전자의 경우 불과 23분만에 주총이 끝났고 현대자동차도 40여분만에 이사의 책임한도를 연간 보수의 6배로 제한하는 정관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이날 현대차 주총에서는 미국시민인권위원회 대표인 웨잇 핸더슨씨가 발언권을 얻어 “현대차가 진출해 있는 앨라배마주에서 인종차별적인 이민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현대차가 주정부를 압박해 달라”고 요청해 최근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한편 포스코 주주총회 현장에서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유가족에게 특별공로금 40억원을 지급하는 안건이 통과되기도 했다. 회사 측은 “고 박태준 회장은 제철보국(製鐵報國)을 좌우명으로 코스코와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한신했고 탁월한 리더십으로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를 건설한 ‘포스코 신화’의 주역”이라며 “장기근무 명예퇴직금 지급기준을 준용해 4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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