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껏 몸 낮춘 진웅섭… "다들 모일 때 저도 불러주세요"

평소 '업계 위 군림 않겠다' 지론

'군기잡기'식 구태·권위 벗고 금융사 모임서 의견 청취 활발


지난달 중순께.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금융감독원 측이 연락을 했다. 7월 초께 진웅섭 금감원장과 업계 사장단과의 간담회 자리를 잡아달라는 것. 협회는 부랴부랴 각 보험사와 일정을 조율했지만 진 원장이 원하는 날짜에 맞추기 어려웠다. 예년 같았으면 "원장이 모이라는데…"라며 윽박질렀을 금감원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금감원은 협회에 "모두 바쁜 분들이니 이후에라도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있으면 금감원장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각 협회는 10월께 열리는 정례 사장단 조찬 때 진 원장을 초청하기로 하고 세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검사 및 제재권을 무기로 금융회사 위에 군림하던 금감원. 최근 금융감독당국의 수장 행보가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특별한 현안이 없더라도 일종의 '군기 잡기'의 일환으로 금융회사 최고경영진(CEO)을 불러모으곤 했던 관행은 자취를 감추고 금융권의 정기적 모임을 앞두고 "한번 불러달라"며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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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은행장들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만찬에서도 호스트는 진 원장이 아니었다. 매달 한 번 은행연합회 주최로 각 은행장이 모이는 자리에 진 원장이 초대를 받은 것. 실제 금감원장이 참석함에도 불구하고 몇몇 은행장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특정 안건이 있기보다는 진 원장이 격식 없이 은행장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금감원장의 소집 명령 한마디에 선약을 깨고 참석했지만 최근에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라면서 "당국이 금융개혁을 강조하는 가운데 수장이 먼저 변하는 모습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진 원장이 한껏 몸을 낮춘 데는 경남기업 사태와 관련해 전직 금감원 고위관계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압력 여부와는 별도로 부원장은 물론 국장까지 채권은행 부행장을 직접 불러들였던 것 자체가 감독당국의 횡포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권위는 업계 수장을 오라 가라 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라며 "진 원장이 과거 원장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데는 경남기업 사태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업계 위에 군림하지 않겠다는 평소 지론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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