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사후 약방문 '불산 관리'


불산 등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MSDS는 화학물질 취급 설명서다. 각 화학물질의 유해성부터 누출 사고 시 대처 요령, 작업 시 착용할 적절한 보호구까지 화학물질 취급의 '가나다'를 총망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MSDS는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며 "작업자들이 MSDS만 제대로 숙지해도 사고의 절반은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중요성이 정작 법 내용에는 반영돼 있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은 MSDS를 각 작업장에 게시ㆍ비치하는 것은 물론 내용을 근로자에게 충분히 교육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은 솜방망이다.

가령 사업장이 MSDS를 갖추고 있지 않아도 과태료는 3만~5만원에 그친다. 화학물질 용기에 MSDS의 내용을 요약한 경고 표시를 붙이지 않아도 3만원,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MSDS에 관한 교육을 하지 않아도 5만원만 물면 된다. 담배꽁초를 무단으로 투기했을 때의 벌금 수준이다.


이렇게 처벌이 약하니 사업장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밖에 없다. 지난해 6~8월 고용노동부가 화학물질을 제조ㆍ사용하는 사업장 684곳을 대상으로 MSES 관련 의무 이행 상태를 감독한 결과 위반율이 74.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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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산과 같은 화학물질은 사고가 나면 근로자들의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사업장 주변 주민들까지 심각한 장애를 입을 수 있다는 데서 평상시 사고 예방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국이 누출 사고가 난 사업장을 특별 감독한 가운데서도 이달 2일 구미에서 또 불산 누출 사고가 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단순히 사고가 터졌을 때 법석을 피우는 것만으로 피해를 막을 수 없다. 근로자 한 명 한 명이 평소 MSDS를 통해 화학물질 취급 요령을 충분히 숙달하고 있어야 한다.

다행히 당국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처벌 수위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하루빨리 MSDS를 통한 평시 예방 체계를 갖춰 제2의 불산 사태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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