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은행, 상반기 기업경영분석

인건비를 최대로 줄여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많이 냈지만 이자부담이 워낙 커 물건을 팔수록 적자만 늘어났다.사상 최악의 경영성적표를 낸 지난 상반기중 국내 제조업체들의 결산결과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은 지난 상반기중 국내 제조업체들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0.4%로 지난 8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금융비용부담률은 9.3%에 달해 89년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71년 금융비용부담률이 9.9%를 기록했던 이후 최고치. 기업이 사상 최악의 영업환경과 이자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가 주력업종들에게 집중돼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부채비율과 매출이 호조를 보인 업종도 일부 있었으나 음식료품이나 목재·나무 등과 같이 산업파급효과가 적은 업종에 국한됐다. ◇외화내빈의 경영실적=문제는 기업이 손해를 보고 팔아서 이런 결과가 나온게 아니라는 점. 겉으로만 본다면 사정이 오히려 나아졌다. 지난해 상반기중 7.5%였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8.8%로 높아진 것. 이는 1,000원어치를 팔면 88원을 남겼다는 얘기다. 그러나 속을 까보면 비참한 기업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금융기관에서 빌린 이자갚기와 환차손을 반영해보니 다소 나아진 영업이익을 다 까먹고도 모자라 결국 전체수지도 손해를 본 것이다. ◇이자부담·환차손 급증=우리 기업은 1,000원을 팔면 일단 93원을 이자로 나간다. 기업이 금융기관 등에 돈을 예치해 받은 이자 23원을 제외하더라도 순금융비용은 1,000원당 70원에 달한다.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도 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중 평균 11.3%였던 차입금평균이자율이 14.0%로 올랐다. 여기에 환차손까지 겹쳤다. 올 상반기중 매출액대비 환차손부담은 1,000원당 14원. 올들어서는 지난해말보다 환차손이 훨씬 적었지만 기업들이 지난해 발생한 환차손은 당해년도에 처리하지 않고 이번 결산기로 이월해 환차손 부담이 늘어났다. 한은은 지난해말에서 이월된 환차손부담액을 2조1,000억원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종업원들은 더 힘들다=기업들이 금융비용, 환차손 등을 제외한 영업수지에서 그나마 실적이 좋아진 이유는 인건비 절감 덕분. 전체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상반기의 12.0%에서 9.4%로 2.6%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금융비용 부담률은 6.2%에서 9.3%로 3.1%포인트 높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결국 기업들이 늘어난 금융비용 부담을 인건비 절감으로 전가시킨 셈』이라고 해석했다. 인건비부담률(9.4%)과 금융비용부담률(9.3%)이 엇비슷해졌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전에는 인건비부담이 금융비용보다 2~3배 높았다. 사람값이 그만큼 싸진 셈이다. 이를 반영, 매년 늘기만 하던 종업원 1인당 인건비 증가율도 처음으로 마이너스대로 떨어지며 -4.7%를 기록했다. ◇하반기엔 나아질까=정정호(鄭政鎬) 한은 경제통계실장은 『하반기엔 기업의 경영성과가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하락에 따라 기업의 금융비용이 줄어들고 하반기중에는 상대적으로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환차손을 볼 우려도 적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업의 목소리는 다르다. 기업 관계자들은 『그나마 버텨온 수출이 부진한데다 내수마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설령 금융비용 등이 감소하더라도 영업이익 자체가 크게 줄어들어 결국 전체수지도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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