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최경영(20)씨는 오는 5일 출국해 보름간 터키와 이집트를 여행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정국이 불안해져 이집트 일정을 포기하기로 했다. 최씨는 인천~이스탄불 왕복 구간은 그대로 둔 채 이스탄불~카이로 왕복 구간을 취소하려고 했으나 터키항공에서는 취소 수수료 100유로(약 15만원)를 부담하라고 통보했다. 최씨는 "그럼 탑승만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항공사에서는 "해당 구간은 정상 운행되고 있으니 그렇게 하면 탑승 거부로 이스탄불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도 탈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1일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이집트의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지면서 이집트 여행을 계획했다 항공사 정책에 따라 피해를 보게 된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항공사는 대부분 외국 국적의 항공사로 여행객들은 터키항공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다. 대학생 박준기(28)씨도 최씨와 비슷한 경우다. 4일 밤 터키항공으로 출국해 5일 이스탄불을 경유해 카이로로 이동, 12일까지 이집트를 여행하고 다시 이스탄불로 이동해 관광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박씨는 "이집트 일정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지난 1월29~31일 출국자만 수수료를 면제하고 나머지는 페널티를 면제할 수 없으니 불안하다면 페널티를 물고 취소하거나 변경하라"는 답변을 들었다. 변경에는 100유로에 재발권료 3만원, 취소에는 200유로(약 30만원)가 든다. 박씨는 이집트 내에서 타려고 이집트항공을 예약했으나 현재 전화나 e메일 어떤 것으로도 연락이 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집트는 12~2월이 여행 적기로 겨울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주로 배낭여행을 간다. 최씨와 박씨도 아르바이트 등으로 여행비를 마련했는데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수십만원을 날릴 판이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집트 여행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 '지중해의 바람 햇살과 그리고'에도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퇴직을 하고 여행을 준비하는 직장인, 신혼여행을 위해 예약을 한 부부 등은 "여행을 가고 싶어도 못 가는데 항공사에서 모른 척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따라 이집트 사태가 '천재지변'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향후 법적 분쟁도 예상된다. 반면 대한항공은 9일까지의 출국자에 한해 예약내용을 변경(2월 내 탑승조건)해도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고 에티하드항공도 이집트 사태에 따른 예약자의 일정 변경을 무료로 해주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항공권 판매를 대행한 인터파크도 이날부터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9일까지 출국자에게 일정변경이 가능하다고 단문메시지(SMS)로 통보하고 있다. 여기에는 터키항공 등 일정 변경시 수수료를 받는 항공사도 포함된다. 인터파크의 한 관계자는 "항공사와는 추후에 협의할 계획으로 일단 고객들에게는 무료로 일정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