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난이도 선택형 수능 유보 아닌 폐기해야

서울 9개 주요 사립대 입학처장들이 올해 11월 시행되는 2014학년도 수능부터 적용되는 난이도 선택형 수능시행을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아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선택형 수능은 언어ㆍ수리ㆍ외국어 영역의 난이도를 쉬운 A형과 현재 수준의 B형으로 나눠 수험생이 선택하는 제도다. 언수외 3과목 가운데 어려운 B형은 2개만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최소한 하나라도 학습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첫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뒤늦게 유보하자는 사립대학들의 집단의견 표출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유보나 철회에 따른 혼란을 감수해서라도 더 큰 혼선을 막아야 한다는 대학들의 지적은 결코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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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형 수능은 3년 전 예고 당시부터 큰 논란거리였다. 가뜩이나 난수표 같은 대학입시 전형방식을 더욱 복잡하게 할 것임은 불 보듯 자명한 탓이다. 대학전형 방식은 지금도 3,000개가 넘는다. 대학마다 평균 16개 꼴이다. 대학가는 길이 이렇게 복잡하다면 학생 혼자 어떤 전형에 맞춰 입시 준비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다. 이것도 모자라 난이도까지 선택해야 한다면 입시학원과 컨설팅기관의 배만 더 불리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일선 고교 역시 개학 후 진학지도와 새 학기 수업방식을 놓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현실적으로 쉬운 A반과 어려운 B반을 나눌 수도 없다. 내신의 형평성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수업 따로 수능 따로인 기형적 구조라면 공교육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 쉬운 수능이라고 해서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교육당국의 생각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정책은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수용 태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실효성과 타당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교육제도라면 더 더욱 그렇다. 부작용과 혼란이 눈에 보이는데도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입시 제도를 가급적 단순화하기 위해서라도 시행 유보 보다는 철회가 더 바람직하다. 대학 전형 단순화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기도 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의 검토를 거쳐 새 정부 출범 후 이른 시일 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더 이상 학생이 입시제도의 실험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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