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진정한 동반성장의 길


글로벌화의 여파로 소비자들의 수요와 산업기술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단일 기업 혼자서는 모든 것을 감당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기술의 경우 산업 간 경계를 넘어 융ㆍ복합화가 촉진돼 과거의 경쟁방식을 고집하는 기업은 더 이상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운동화를 만드는 나이키와 정보통신(IT) 업체인 애플이 협력하고 현대자동차와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을 생산하는 인텔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힘을 합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궁극 목표 이러한 추세에 따라 지난해 우리 정부는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국정 어젠다로 채택해 '9ㆍ29 동반성장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동반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동반성장지수를 만들고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선정하는 등 대기업들의 동반성장 노력도 독려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주요 대기업들은 동반성장을 기업의 생존 문제로 인식해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협력사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등 동반성장을 기업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협력사 지원 규모는 당초 약속한 1조원을 40%가량 초과한 1조4,000억원에 이르며 동반성장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동반성장 추진실적을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문제는 동반성장의 총론에 대해서는 모든 계층이 공감하지만 동반성장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에 따라 인식 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중소기업의 경영여건 개선을 위해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대기업이 더 많이 양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법을 만들어서라도 동반성장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동반성장은 법으로 강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호 간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스스로 필요성을 느낄 때만 비로소 동반성장의 지속성이 담보되고 하나의 문화로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동반성장의 궁극적 목표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통한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에 둬야 한다. 대기업은 공정거래 준수, 기술개발과 유통ㆍ마케팅 등 판로 개척으로 시장 확대를 선도하고 협력 중소기업은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좋은 부품을 생산해 완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등 대ㆍ중소기업이 자율적인 협력을 통해 국내외 시장을 함께 넓혀 나가는 것이 서로 윈윈하는 진정한 동반성장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중소기업은 역량 있는 동반성장의 파트너로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 회계ㆍ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혁신과 기술개발로 자생력을 높여가야 한다. 또 대기업과 1차 협력사 위주의 동반성장에서 벗어나 2차ㆍ3차ㆍ4차 협력사들도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일방적ㆍ시혜적 조치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中企 편향ㆍ특혜 땐 부작용 셋째, 정부와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등한 법적 주체로 인정해 관련 제도를 만들거나 정책을 집행할 때 균형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편향된 정책은 자칫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좀비기업'을 늘리고 대기업의 의욕을 위축시켜 동반성장의 기본 취지를 훼손시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반성장 실적이 좋은 대기업을 홍보하고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동반성장 문화가 확산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기업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들이 적극적인 공생 의지를 갖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건강한 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진정한 동반성장의 길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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