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뚜겅을 열어본 결과 지난해보다 규모는 작지만 소폭 승진에 그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대규모 인사(270명)가 이뤄져 주목을 받고 있다.이처럼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게 된 배경은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는 등 산적한 현안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더욱 열심히 하라」는 사기앙양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해 단행한 사장단 인사와 같이 경영상의 공과를 철저하고 객관적으로 반영, 성과중심의 인사를 단행한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경영성과 중심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책임경영체제를 보다 확고히 구축하기 위해 연공서열보다는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개혁적이고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업적이 탁월한 참신한 인물을 대거 발탁, 조직분위기를 일신한 점. 삼성은 이번 인사에서 경영성과가 뛰어난 49명을 직위, 체류연한, 연령 등에 구애받지 않고 전격 발탁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흑인 스포츠웨어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패션브랜드 「후부」를 발굴,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삼성물산 이만수 이사를 전무로 발탁하는 등 4명을 두단계이상 특진시키는 「대발탁」인사를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기술 및 생산부문의 약진도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디지털TV를 개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송동일 이사를 전무로, 국내 최초로 디지털 휴대폰을 개발한 조병덕 이사보를 상무로 각각 2직급 승진시켰다. 또 황창규 전무와 이기태 전무, 천경준 전무는 각각 64메가, 256메가, 1기가 D램을 개발하고 삼성애니콜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한 공로로 각각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영업부문의 승진이 많은 것도 돋보이는 대목.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체라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탁월한 영업실적을 실현한 삼성생명 황선도 전무, 삼성화재 김순환 전무와 신용호 전무가 부사장으로, 삼성생명 이재돈 상무, 삼성화재 손경식 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특히 삼성물산은 알마타지점장인 차용규 부장을 카자흐스탄공화국 까작무스 사업 판매기반 구축에 기여한 공로로 부장승진 1년만에 임원으로 승진시켜 발탁인사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한편 김광태 전자 홍보그룹장, 이우석 종합화학 홍보팀장, 정길영 카드 홍보팀장 등 각 계열사의 홍보업무를 맡고 있는 홍보사령탑들이 대거 승진해 눈길을 끌었다.【고진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