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기고] 부동산값 조정 지속

「가진 자에게 고통을 주겠다」고 하던 지난 시대 어느 정치인의 말이 새삼 생각난다. 분명 지난 한 해는 땅이나 빌딩 등 부동산 소유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한 해였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동안 부동산 시세차익이나 임대료를 받아 편하게 생활해 온 사람들에게는 자연의 섭리가 적용한 것인지도 모른다.지난 97년말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들어서면서 금리가 폭등하고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자가 마구 쏟아졌다. 집값·빌딩값·땅값도 함께 폭락했다. 값싼 전세나 사글세방을 찾아나서는 무주택 서민들은 전세보증금도 제 때 되돌려 받지 못하는 파동마저 겪어야 했다. 상황이 다급해지다 보니 정부는 토지거래신고·허가제를 거의 폐지하다시피 했다. 토지공개념 관련법률도 폐지 내지는 시행을 유보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토지소유에 관한 규제도 내국인 수준으로 대폭 완화했건만, 외국인 투자가들은 아직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돼 3·4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6.8%, 실업률은 7%를 상회하고 기업도산은 가속화되다 보니 정부는 돈을 풀어 기업도 회생시키고 실업자도 구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그러나 수출이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큰 돈 들이지 않고 경기회복에 파급효과가 큰 주택경기라도 살려보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 덕분으로 최근에는 집값이 안정세를 찾고 수도권 일부지역에서는 상승세마저 보이고 있다. 그러면 새해의 부동산 전망은 어떨까. 우선 집값, 땅값은 더이상 하락하지 않을것 같다. 그러나 성급한 상승세를 기대하기도 힘들 것이다. 수요자와 공급자간의 눈치작전이 지속되면서 정부의 부양시택의 강도나 대내의 경제여건 변화를 주시할 것이다. 물건의 수익성에 따라 가격 등락이 이뤄지는 부동산시장의 조정국면이 계속될 것이다. 가격상 저점이 통과됐다고 여겨지는 주택은 금리하락에 힘입어 달아오르고 있는 주식시장 다음 타자로 회복세를 기대해봄직 하다. 특히 환금성이 높은 수도권 아파트에 대해서는 여유자금이 진지하게 투자여부를 저울질할 것이다. 지난해 파동을 겪으면서 크게 하락한 전세값 역시 새해에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다. 토지시장에서는 거래나 가격이 회복세로 반전하기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여유돈을 가진 사람들이 과거와 같은 부동산 투기를 염두에 두고 함부로 땅을 사지는 않을 것이고 기업의 신규투자수요는 아직 요원하다. 빌딩과 같은 상업용 건물은 공실률이 높으므로 아직도 지역에 따라 더 떨어질 여지가 있다. 특히 상업용 건물은 수익성에 근거한 가격보다는 호가가 여전히 높으므로 외국 투자가들은 입질만 하고 있다. 상업용 건물 소유자는 수익률을 제고해 자산가치를 높여 나가는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99년에는 비록 경제성장이 「플러스」로 돌아선다 하더라도 투자위축, 실업증가 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2000년 이후를 내다보고 수익성 위주의 투자전략을 세운다면 99년에도 부동산투자는 해볼만한 사업일 것이다. 앞으로는시장에도 창조적인 지식인만이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