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심의의 최종 관문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가 21일 시작된 가운데 한나라당이 정부 예산안(326조1,000억원)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줄이는 대신 보육과 노인 지원 등 복지예산을 1조원가량 증액하기로 했다.
이명규 한나라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이날 "복지 분야에 투입할 1조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SOC 예산삭감이 불가피하다"며 "의총에서 의원들의 동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석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는 "출산율이 매우 낮아 성장동력이 떨어지는데 만 0~5세의 보육은 궁극적으로 국가가 책임진다는 장기목표하에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5세 아동의 보육료와 학비를 전액 지원하자는 당의 안을 정부가 채택했고 0~4세 아동에 대한 추가 지원에도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로당 양곡구입비 지원 등 노인과 여성ㆍ장애인 지원에도 역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22일 오후 정책의총을 열어 내년 정부 예산안의 총액은 유지하되 3조원가량을 삭감, 이 중 보육ㆍ양육과 노인복지 부문에서 1조원 안팎을 추가 지원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홍준표 대표는 "이날 의총에 당 소속 국회의원 169명 전원이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한나라당은 아울러 이날 의총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에 대한 결의도 다지기로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삭감 분야에서 SOC 예산은 별달리 언급하지 않은 채 ▦특수활동비와 4대강 후속사업 ▦결산 때 정부에 증액하지 말라고 지적했던 분야 ▦집행부진이나 중복 사업 ▦무기구매나 제주해군기지 사업 등에서 9조원을 줄이고 1조원의 세입을 늘려 총 10조원의 민생예산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보육과 직접 일자리, 노인, 등록금 지원 등에 쓰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이날 열린 계수소위에서 논의된 삭감사업(법사위ㆍ정무위ㆍ기재위ㆍ외통위ㆍ국방위) 중 법무부의 특수활동비(249억 중 검찰 189억원)와 특정업무경비(370억원)의 상당 부분과 기재위의 일반예비비 증액분(4,000억원), 불용액이 많은 남북협력기금 전출금(3,000억원), 제주해군기지(1,327억)와 헬기 등 군무기 대형 직구매사업(3,477억) 삭감을 주장했다. 대신 정부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5,000억원을 환수해 세입으로 잡으려던 계획은 백지화하되 법인세 감세 완전철회(7,000억원), 장내 파생금융상품 거래세 부과(1조2,000억원), 비과세감면 축소(5,000억원) 등 감세철회에 나서기로 했다. 강기정 예결위 민주당 간사는 "특수활동비가 연간 1조원가량에 달하나 국회와 감사원의 감사를 전혀 받지 않아 '눈먼 돈'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작게는 오늘 논의된 예산 중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념센터 80억원 삭감과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준 금융위의 기본경비 7억원 삭감 등 구석구석 불요불급 예산을 칼질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와 함께 여야는 이날 예결위 간사협의를 열어 예산안을 한미 FTA와 상관없이 법정시한(12월2일) 내에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강 의원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한미 FTA와는 별개로 예산기일을 지키고 합의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갑윤 예결위원장(한나라당)은 "지난 3년간 18대 국회의 예산안 심사과정을 돌아보면 국민께 염려와 실망을 안겨드렸고 법정처리 시한을 한번도 지키지 못했다"며 "이번만큼은 구태를 바로잡고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예산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진통 끝에 '반값 등록금' 관련예산을 정부안보다 4,000억원 증액한 1조9,000억원으로 의결했다. 무상급식과 관련해서도 별도의 예산을 잡지 않는 대신 내년도에 지방재정교부금 사업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던 특성화고 장학금지원사업(1,264억원)을 일반회계에 그대로 둬 무상급식 추진을 위한 시도교육청의 재정여력을 키워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