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여 경제 민주화 10개 법안 발표] 삼성 가장 큰 타격… SK 돌파구 열려

■ 주요그룹 영향<br>●삼성- 에버랜드→생명→전자… 연결 지배구조 끊어져<br>●SK- 새 중간금융지주사 만들면 증권 지분 매각 안해도 돼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23일 '금산분리 강화' 법안을 발표해 대기업들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그룹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SK그룹의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등을 통해 SK증권을 그룹 내에 유지할 수 있어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법안이 현실화할 경우 무엇보다 삼성그룹에 타격이 클 것으로 평가된다. 법안이 현재의 은행과 산업자본 간의 분리를 위한 금산분리의 형태를 보험사와 증권사 등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계열사를 거느리게 하면서 중간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산업자본의 의결권에 제한을 둬 금산분리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나온 것도 삼성에는 부담이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를 지닌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크게 보면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생명은 다시 삼성전자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밝힌 법안을 충족시키려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적으로 확보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확장해야 하며 삼성생명을 거느리는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중간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 받게 된다.

이 경우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 영향력이 끊어지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전자 지분을 직접 확보하거나 이건희 회장 또는 이재용 사장이 개인재산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여 지배권을 공고히 해야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13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자제하고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그러나 재계에서는 금산분리 강화에 대해 한목소리로 성토하는 분위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보다 강화된 금산분리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중, 삼중의 규제 강화는 불필요하다"며 "오히려 지나친 금산분리 규제로 국내 금융시장을 외국계 금융자본에 내주고 금융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신한과 국민ㆍ하나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이 60%를 웃돌고 일부 은행은 해외자본에 넘겨진 전철을 다시 밟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반면 SK그룹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SK그룹으로서는 SK㈜의 자회사인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K증권 지분 22.7%를 매각해야만 한다.

하지만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포함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SK는 그룹 지주회사인 SK㈜ 아래에 새로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만들면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K증권 지분을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합법적인 길이 열린 셈이다.

특히 SK증권의 지분 처리 문제는 '최태원 회장→SK C&C→SK㈜→SK네트웍스→SK증권'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와도 무관하지 않은 만큼 SK그룹으로서는 무엇보다 법 개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결국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이 허용되면 SK그룹은 지금의 지배구조를 대부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다만 SK그룹으로서는 법안 통과 시점이 관건이다. SK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에 따라 승인 절차 등을 감안해 10월 말까지 SK증권 지분을 모두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 조율은 물론 야당과의 합의 과정 등을 고려할 경우 10월 안에 법안 통과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SK그룹 관계자는 "아직 법안이 논의 중인 단계인데다 법제화되는 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실제 그룹에 미치는 효과를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상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