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미 부통령(민주·얼굴)이 미국경제의 양대 젖줄인 월가와 하이테크 업계의 전폭적인 지원과 후원을 등에 업고 차기 대선 레이스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 엘리자베스 돌에 밀려 3위에 그치는 부진을 면치 못하자 난관 타개의 열쇠로 월가 및 하이테크 기업과의 관계 강화를 통한 반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고어는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정보고속화도로 계획을 정력적으로 추진, 하이테크업계에서 지명도가 높은 인물로 최근 들어 업계 대표들과의 연계 강화에 더욱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테크노 퓨처리즘(TECHNO-FUTURISM)」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월가의 경제 전문가들과 태평양 연안의 하이테크 경영인들을 대거 참모로 영입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15일자에서 고어가 지난해부터 가진 비즈니스 리더들과의 35차례 만남에서 하이테크 업계와의 모임이 8차례나 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월가 대표들과도 5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고 보도했다. 하이테크 부문과 월가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어 지지에 나선 월가 인물로는 골드만 삭스의 존 코진 공동회장, 제미 다이먼 전 시티코프 사장이 대표적이며 하이테크업계에서는 야후 창설자인 제리 양을 주축으로 벤처 캐피털리스트 존 도어와 브룩 바이어스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고어의 대선 캠페인에서 적극적인 정책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정치자금 제공에도 열성이다.
이미 이달 초 뉴욕에서 가진 고어 후원 모임에서 50명의 월가 금융계 거물들이 1인당 2만5,000달러 이상의 후원금을 내놓기로 결정했으며 다음 달에는 실리콘 밸리의 첨단업계 대표들이 대형 후원회 개최를 결정해놓은 상태다.
고어 역시 하이테크 업계의 중요성을 갈파하면서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말에 시애틀 지역의 기업가들과 가진 모임에서는 『정보통신같은 하이테크 업종은 21세기 산업계의 석유와 같은 존재』라고 비유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월가와 미 하이테크 업계의 지원 속에 첨단 이미지를 굳혀 21세기형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최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