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지난해 11월 공동 대표이사로 올라섰던 동생 김기석 사장이 김 회장 대신 단독 대표 자리를 맡게 됐다. 공식석상에서 숱하게 "퇴임 후 기업인으로 돌아가 경영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김 회장의 말과 상반된 결정이었다.
공시가 뜬 직후 김 회장의 거취를 두고 온갖 설이 난무했다. 그는 중소기업중앙회장 역할을 수행했던 지난 8년간 로만손 대표 자리를 유지했다. 예전부터 김 회장의 총선 출마설이 있던 터라 정계 진출 수순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회사 측은 "중국 진출과 글로벌 패션기업으로의 도약이 본격화되는 만큼 신속하고 일관된 의사결정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며 김 회장은 사내이사 직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라며 설명했다. 하지만 김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실제 사임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동생인 김 사장의 시계산업협동조합 이사장 후보 출마를 돕기 위한 결정이었던 것. 협동조합기본법 및 조합 정관에 따라 후보자 등록은 기업의 단독 대표이사만 할 수 있는데 김 사장은 김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였다.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결단을 내리면서 김 사장도 출마요건을 갖추게 됐다"며 "시계조합 이사장 선거는 수십년 간 경선없이 단독 후보를 추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올해는 김 사장 외에도 몇몇 후보들이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어 경선이 예상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