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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같은 영화… 보는 내내 놀라웠다

■ 영화 '설국열차' 원작자 로셰트ㆍ르그랑-봉준호 감독 좌담

영화 ‘설국열차’를 두고 봉준호 감독과 방한한 원작자 장마르크 로셰트, 뱅자맹 르그랑이 15일 오후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좌담회를 갖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너무나 마법 같은 영화였다. 시나리오를 다 봤음에도 초반부터 굉장히 큰 감동이 목까지 올라왔고 너무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자크 로브의 첫 에피소드에 굉장히 충실했고, 그가 살아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15일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처음으로 영화 ‘설국열차’를 감상한 원작의 시나리오 작가 뱅자맹 르그랑은, 영화가 많은 부분 개작됐지만 자크 로브(시나리오 담당)의 원작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또 영화를 보여 조금 울었다고 고백한 원작 만화가 장마르크 로셰트(그림 담당)도 “시나리오와 촬영장에서 보고 상상한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 영화 보는 내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거들었다.

영화 ‘설국열차’는 다시 찾아온 빙하기 인류의 마지막 생존지역인 열차 안에서 가장 하층민인 꼬리칸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을 그린 작품. 현재 개봉 15일만에 국내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원작 만화는 1970년대부터 자크 로브(시나리오)와 알렉시스(그림)의 구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렉시스가 겨우 4쪽을 그리고 별세했고, 이에 로셰트를 영입해 1984년 1권이 출간됐지만 이번에는 1990년 자크 로브가 세상을 떠난다. 장시간 중단 됐던 프로젝트는 로셰트가 르그랑을 영입해 2권(1999년)ㆍ3권(2000년)을 잇달아 내놓았다. 로셰트와 르그랑,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좌담 자리가 이날 오후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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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설국열차’를 처음 접하고 영화화까지 이른 과정을 소개했다. 홍대 인근 만화서점에서 이 만화를 처음 발견했고, 프랑스와 한국에서 여러 번에 걸쳐 만난 뒷 얘기를 털어놨다. 영화 촬영과정의 어려움에 대해 “밀폐된 공간에서 얘기를 2시간 동안 한다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이지만, 나를 미치게 흥분하게 하는 큰 매력이었다. 줄거리는 1부에서 많이 차용됐지만, 2~3부에서 정치적 거짓, 진실 등을 빌려왔다. 서랍 감옥 등 로셰트의 비주얼도 많이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속편에 대한 질문에 오히려 프리퀄(전편보다 앞선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후속편)에 더 끌린다고 말했다. “월포드가 처음 기차를 만들고, 길리엄이 자신의 팔을 자를 때까지, 그리고 꼬리칸의 탄생기를 만들고 싶어요. 다른 감독이 잘 표현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앞서 오전에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두 원작자 로셰트와 르그랑에게 만화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르그랑은 시간적 배경을 2030년대로 잡고도 굳이 기차를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 “하나의 시스템이 어딘가를 향해 굴러간다는 것에 대한 상징을 부여하고 싶었다. 기차 안의 모든 사람들이 불행하고 작품 전반적인 분위기가 암울한 것은 아무래도 자크 로브가 젊은 작가를 잃으며 이를 비관한 탓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와 만화는 ▦흰 눈 속을 헤치며 달려가는 열차 ▦철저한 계급사회 ▦주인공이 혁명의 리더라는 점 등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결말에서는 영화가 다소 낙관적으로 마무리되며 원작과 차이를 보인다. 이에 대해 르그랑은 “1권에서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죽은 상태로 끝나, 2~3권에서 다른 돌파구를 찾기가 힘들었다. 원래는 4~5권까지 기획했던 상황이라 이후 희망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을 걸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구상했다. 어찌 보면 조금 덜 다듬어진 작품이라 비관적으로 비쳤을 수도 있지만, 난 비관론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로셰트는 만화 원작 1권과 2~3권의 그림 스타일이 다르다는 지적에 “갓 데뷔한 25살 때 1권을 그렸고 이후 20여년간 만화나 동화책 그림을 그리며 조금씩 그림 스타일이 변했다. 개인적으로 동양미술, 특히 중국 화가의 그림을 좋아한다. 자유럽게 물이나 선이 흐르는 느낌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로셰트가 대답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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