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전자/전통농악 보전·전수나선 첨단업체(화제의 기업)

◎20대 직원 주축 풍물패 「한두레마당」 94년 창단/전국대회 석권 화려한 경력에 해외 공연까지/트랜지스터 등 세계1위 도약 야망 “대조”첨단을 지향하는 기업이 사라져가는 전통 농악의 전수에 나서 화제다. 반도체와 전자기기를 생산하고 있는 한국전자(대표 곽정소)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사업부문에서 국내 최고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전자부품생산업체. 지난 69년 일본 도시바와 합작으로 설립된 한국도시바주식회사에서 출발한 한국전자는 그동안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경영스타일이 능동적이라기보다는 수동적이라는 핀잔도 주위로부터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창립20주년인 지난 89년을 기점으로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펼쳐오고 있다. 「몰락이 아니면 성장만이 있는 무한경쟁시대의 기업환경」. 한국전자가 설명하는 공격경영의 배경이다. 지난 사업연도(28기 95년 10월∼96년 9월) 3천8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한국전자는 오는 2000년 1조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0년대로 돌입하기 전에 주력품목인 트랜지스터를 월 10억개씩 생산해 세계 1위 트랜지스터생산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또 트랜지스터뿐만아니라 LCD, 세라믹콘덴서, 모니터용 브라운관등의 분야로 사업을 크게 확대해 종합전자부품메이커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세워놓고 있다. 90년 태국현지생산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중국, 필리핀에 현지생산법인, 대만에 판매법인을 잇따라 세우며 세계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최고를 꿈꾸며 최첨단제품을 만들기 위해 꿈틀대고 있는 한국전자가 소멸의 길을 가고 있는 전통농악을 복원시키기 위한 투자를 진행시켜온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한국전자는 지난 94년 전통농악의 보존과 전수,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내에 풍물패인 「한두레 마당」을 창단시켰다. 당시만해도 주변에서는 첨단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차라리 보컬그룹이나 만들지 어울리지 않게 풍물패를 만들었다며 비웃기도 했다. 그러나 곽정소사장의 결단은 확고했다. 기업의 홍보나 이미지제고도 중요하지만 전통풍물의 보전과 전수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한두레마당의 계보는 한국전자의 구미공장 인근에 위치한 김천지역의 빗내농악이다. 경상도 특유 가락이 보존되어 있는 빗내농악은 평균 연령이 68세의 지역 풍물패에 의해 보존되고 있어 대를 잇는 게 시급했기 때문이었다. 한두레마당은 평균연령이 22세인 젊은 직원 2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농악활동을 했던 직원들이 주축이다. 이들은 각자의 부서에서 업무를 보고 일과후 풍물연습에 몰두하고 농악경연대회, 지역문화행사, 봉사활동, 사내강습 및 행사지원에도 열성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두레마당은 창단 첫해에 전주대사습놀이에 참가, 전국부문 차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 농악대회를 휩쓸었다. 같은 해 경북농악경연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전국농악경연대회에서는 장원에 오르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전주대사습놀이와 전국농악경영대회에서 각각 연속 차상과 장원을 차지했다. 한두레마당은 지난 10월 일본 도시바 희메지공장 축제에 참가해 문화교류를 실천했다. 이달 23일부터는 태국현지법인의 초청을 받아 공연할 예정이다. 한두레마당은 앞으로 전국순회공연도 가질 예정이며 양로원, 고아원 등을 방문해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연도 활발하게 펼칠 계획이다. 한두레마당의 활발한 활동과 화려한 수상경력은 회사의 정책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두레마당에서 「한」은 크다, 바르다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두레」는 농악이라는 의미와 농촌에서 농사일, 길쌈 등에 서로 협력해 공동작업을 하기 위해 마을 단위로 된 조직을 뜻한다. 곽정소사장은 『농악은 신바람나는 직장분위기를 조성하고 공동체의식을 정착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박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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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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