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발권력을 동원한 한국은행의 대출금은 13조 1,571억원으로 1년 전(7조 9,903억원)보다 64.7%나 급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최고치인 2009년 11월의 13조 1,361억원을 넘어서는 것이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월(15조 884억원) 이후 최대치다.
한은의 대출금이 급속도로 불어난 것은 지난 3월 정부의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원 조달용으로 3조 4,590억원을 정책금융공사에 저리 대출해주고 기술형 창업지원 프로그램 등 금융중개지원대출(옛 총액한도대출)프로그램을 확대해온 탓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 잔액은 8월 말 현재 9조 6,981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 2,024억원(29.4%) 늘었다. 한달 전과 비교해봐도 2,137억원이나 증가했다.
현재가 저물가 상황이라 발권력에 의해 공급된 유동성이 당장 국민 생활에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동성을 풀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시중 통화를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자 부담을 져야 한다. 통화안정증권 발행잔액은 지난 7월 말 현재 176조 4,1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조 2,490억원(6.2%) 증가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관료들이 아직도 중앙은행 돈을 ‘내 돈’ 끌어다 쓰듯이 쓰려는 인식에서 못 벗어난 때문인 것 같다”며 “특정부문에 대한 발권력 동원 등은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준재정 활동에 발권력을 동원하는 사례들이 있다”면서 “발권력 동원 자체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한적으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