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화] 베니스 영화제 본선진출 '거짓말'

지난 17일 서울 남산감독협회에서 기자 및 평론가 200여명을 대상으로 가진 시사회는 주인공들의 성기 부문을 바둑판 모양으로 가려 처리한 국내 버전이었다. 관객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렸으나 등급보류 결정을 받은 「거짓말」이 현행 법령상 국내 상영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은 영화 자체만큼이나 난해한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거짓말」은 몇해전 소설가 장정일과 출판사 간부를 구속시킨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영상에 옮긴 것이다. 글이 문제가 되었는데, 그것을 연기자들이 몸으로 옮겼으니 파문은 처음부터 예정된 바 있다. 「거짓말」은 40대 조각가 제이와 10대 후반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소녀 와이의 사랑이야기이다. 그들은 만나자마자 서로 육체를 탐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상대방을 매질하는데 재미를 붙힌다. 그들은 만나 섹스를 하고 때리고 사랑한다고 외친다. 와이와 제이가 나누는 섹스 장면이 지루할 때쯤되면, 매질이 등장하고 이제 매질도 식상할 무렵이면 어느 한 쪽이 훌쩍 떠난다. 그러다가 다시 반복되는 와이와 제이의 기이한 러브스토리. 관객들은 와이과 제이가 보여주는 천연덕스런 변태행위에 가끔은 폭소를 터트리기도 한다. 영화는 늙은 조각가 제이가 와이에게 천사의 품성을 느끼고, 젊은 와이가 늙은 제이에게 힘이 빠져나가고 있으며 자신에게 새로운 에너지가 넘실대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어쩔수 없이 막을 내린다. 20대로 넘어간 와이가 빨간 색으로 물들인 곡괭이 자루를 들고 파리에 있는 제이를 찾아가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 그를 흠씬 두들겨 패고, 마지막 섹스를 나눈다. 제이는 와이를 천사라 부르고…. 지독히 당돌하면서도 어쩐지 허무하고 쓸쓸한 한 편의 러브 스토리는 그렇게 끝난다. 장선우 감독은 「거짓말」에 다큐멘타리 수법을 가미했다. 제이 역을 맡은 설치미술가 이상현은 영화 첫장면에 등장하는 인터뷰에서 『내게 「거짓말」의 경험은 하나의 환타지였다』고 말한다. 또 제이 역의 김태연은 『신혼여행 도 아니고 감독이 막 벗으라고 하니 어쩔꼬』하면서 『에라 세상 다 그런 것 아닌가. 막가자. 다 벗어버리자』고 푸념인지 각오인지를 늘어놓는다. 장선우 감독은 또 어디에선가 이렇게 말했다. 『사랑이 뭐 별건가요. 어찌보면 허망한건데, 너무 미화하는 것 아니었나요? 비애만 가득한 한 편의 영화, 그러면서도 적잖이 웃기는 영화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솔직함입니다.』 그리고 제작사 신씨네의 신철 대표는 『살인면허가 될 수도 있는 자동차면허를 딸 수 있는 나이인 18세 이상이 이 영화를 볼 수 없다는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고, 영상물등급위(위원장 김수용)는 『영화에 변화가 가해지지 않으면 등급보류 결정을 뒤집을 수 없다』는 완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용웅기자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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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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