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심층진단] 발빼는 외국인 … 한국도 투자축소 영향권

■ 밀려오는 테이퍼링 후폭풍

엔저로 차별성 약화 우려

주식시장서 2개월째 매도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면서 한국도 글로벌 투자자금의 변덕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록 한국이 테이퍼링에 덜 취약한 국가라고는 하지만 신흥국 자본유출 과정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동조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저 여파로 수출기업의 실적이 둔화될 경우 지난해와 같은 차별화 현상은 기대할 수 없다.16일 한국은행·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까지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는 2개월째, 채권투자(상장채권 장내·장외거래 기준)는 5개월째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지난해 9월(7조7,300억원)까지 순매수 규모를 늘리던 외국인은 11월 순매도로 돌아서 두 달간 1조8,900억원을 팔아치웠다. 올 들어서도 16일까지 4,500억원을 순매도한 상황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발을 빼온 지 더 오래됐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8조3,900억원을 팔았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15일까지 약 10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만기가 돌아온 채권의 재투자가 불확실하다.


다행히 한국의 실물지표는 안정적이다. 12월 무역수지는 37억달러로 전월(48억달러)보다 줄었지만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고 외화 유동성도 양호하다. 선진국의 완만한 경기회복에 따라 수출증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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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외국인 자본유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도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에서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와 이에 따른 테이퍼링 실행과정에서 변동성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곧장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미친다.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기대보다 빠른 양적완화 축소는 경기회복을 둔화시키고 신흥국의 금융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올 초 원화절상에 대한 우려가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엔저 여파로 수출기업의 실적이 둔화되면 취약 신흥국과의 차별성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신흥국의 성장률이 선진국보다 낮고 내년 이후에도 큰 폭의 상승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또한 신흥국 투자비중이 줄어들 요인이다. 권용준 한은 차장은 "지난해 5월 이후 신흥국 간 차별화로 기초여건이 양호한 신흥국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지만 이들도 신흥국 전체에 대한 포트폴리오 자금 배분 비중이 축소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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