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지스함 추가 건조, 왜 오래 걸려야 하나

 정부가 이지스함 3척의 추가 건조에 나섰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나라는 기존의 3척을 합쳐 모두 6척의 이지스함을 운용하게 된다.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일본이 독도를 노리고 중국이 이어도를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선언한 마당에 국민 감정에 부합한 조치로도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마냥 환영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돈과 시기에서 선택까지 걸린다. 먼저 알려진 신규 이지스함 3척의 전력화 시기가 2022~2028년이다. 너무도 멀리 잡았다. 앞으로 9년에서 15년 뒤에야 계획이 이뤄진다 하니 공허하다. 착공시기는 다음 정권의 일이라는 얘기다. 시간이 흐르면 이지스함의 핵심인 미국제 레이더도 단종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번 정권에서 예산이 잡힐지조차 불분명하다. 재정에 비유하자면 '9년 뒤 균형재정이 달성될 것'이라는 얘기와 비슷할 정도로 모호하고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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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조원으로 3척을 건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3척의 기존 이지스함은 척당 1조원가량 건조비가 투입됐으나 앞으로는 발전형이 아니라 기존 함형과 같은 이지스함을 뽑는 데 무장을 제외한 순수 건조비만도 1조7,000억원이 예상된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잠식시키려는 의도만 깔렸을 뿐 실천의지를 가졌는지를 의심이 가게끔 만드는 대목이다. 과연 이지스함 3척이 필수적인가도 생각해볼 문제다. 3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기 위해 노후한 포항급·울산급을 대체할 신규 함정이나 차기 범용 구축함 건조가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모든 변수를 감안했는지 되짚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이지스함 추가 건조에 찬성한다. 그러나 정치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타이밍을 노린 발표가 아니라면 정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든지 아니면 건조일정을 앞당기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가장 큰 안보의 적은 일시적인 공수표와 허장성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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