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해운조합은 국내 연안해운사들이 십시일반 출연해 사단법인 형태로 만든 이익단체다. 이런 이익단체에 정부는 여객선 운항 등에 대한 안전관리를 위임했다. 현행 해운법, 한국해운조합법은 해운조합이 선박운항관리자를 선임한 뒤 이 선임자가 청해진해운(세월호 운항업체)과 같은 내항여객운송사업자의 안전운항을 지도ㆍ감독하도록 의무화했다. 감독의 대상이 돼야 할 업계에 스스로 감독하도록 권한을 맡긴 이상한 법체계다. 해양경찰청은 아예 고시(여객선안전관리지침)를 통해 선박운항관리자의 근무요령 제정까지 해운조합에 맡겨두고 있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놓고도 해운조합의 안전관리 과실이 단초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선체가 선회하는 과정에서 급격히 기울어 침몰하게 된 요인으로 세월호의 과적 가능성, 느슨한 화물 결박 가능성 등이 지목되고 있는데 이를 현장에서 지도해야 할 단체가 해운조합이기 때문이다.
선박의 안전검사를 책임지는 한국선급에 대한 여론의 시선도 곱지 않다. 세월호는 지난해 2월 한국선급으로부터 안전진단을 받았다. 당시 한국선급은 선내에 갖춰진 구명뗏목 46개 중 44개를 무사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번 침몰 사고에서 대다수의 구명뗏목은 바다에서 펼쳐지지 않아 조난 승객 구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국선급은 정부로부터 업무를 위임 받아 세월호 같은 대형선박에 대한 안전진단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선급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민간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위임업무를 독점적으로 맡는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의 족쇄를 차고 있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더구나 한국선급은 비영리사단법인이어서 정부가 아무런 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