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잘 나가던 나이지리아 경제 발목 잡나

보코하람 납치 등 이슬람 무장세력 준동

증시 폭락 등 이상 조짐 없지만 무능한 대처에 국가 이미지 추락

종교갈등 등 각종 위험요인 부각… 외국인 투자가 불안감 고조


과격 이슬람 세력이 여학생 수백명을 납치한 사건으로 아프리카의 맹주인 나이지리아 경제도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높이 평가했던 글로벌 투자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현지 상황과 정부의 무능·부패가 부각되자 동요하고 있다. 투자가들의 이탈은 아프리카 제1경제대국을 넘어 20년 내에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비상하겠다는 나이지리아를 좌절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NN머니는 12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악명을 떨치는 극단적 이슬람단체인 보코하람이 지난달 벌인 여학생 집단 납치극이 글로벌 투자가들을 경악시켰다"며 "나이지리아의 치안 문제는 진정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보코하람은 지난달 14일 북동부 보르노의 한 기숙학교에 침입해 300명(추산)에 가까운 여학생을 납치했다. 이달 12일에는 피랍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수감된 조직원과의 교환을 요구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 속에 2개 사단을 투입해 구출작전에 나섰다.

이번 납치사건 발생 이후 아직 증시폭락 등 투자가들의 나이지리아 이탈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불안요인을 진단하는 컨설팅 업체인 노스아프리카리스크의 지오프 포터 안보 컨설턴트 부문장은 "나이지리아 정부는 보코하람이 저지르는 대규모 테러에 무능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면서 "나이지리아 치안당국이 위기발생시 상황을 통제할 능력을 가졌다고 여겨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지난 7일 이 나라 수도 아부자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도 보코하람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재무장관 등 나이지리아 고위관계자들은 "테러가 이어지고 있으나 나이지리아 경제는 건강하다"고 강조했지만 포럼에 참석했던 투자가들의 불안감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신흥국 전문 헤지펀드 겜폰드의 대니얼 브로비 회장은 "이번 납치사건은 나이지리아 당국을 정면으로 강타했다"면서 "전세계 투자가들이 보코하람이라는 악재에 주목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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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투자컨설팅 업체 싱크어드바이저스는 "이번 납치사건이 나이지리아 경제의 맨 얼굴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납치사건 이후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정이 전세계에 생중계되면서 투자가들은 나이지리아가 안고 있는 정치적 불안요소는 물론 정부의 총체적 무능과 부패를 새삼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는 지난 2000년 이후 연평균 8%대의 높은 성장률로 '민트(MINT, 멕시코·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터키)' 대열에 합류하며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국내총생산(GDP)을 계산한 결과 5,099억달러를 기록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가로 떠올랐다.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12일 "향후 20년 안에 10대 경제대국에 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이지리아는 원유(매장량 372억배럴, 세계 10위), 천연가스(5조1,530억㎥, 9위) 등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기반으로 통신·기계 산업의 적극적인 육성을 꾀하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를 자랑하는 1억7,000만명이 넘는 인구도 강점이다. 이 같은 매력 때문에 제너럴일렉트릭(GE), 프록터앤갬블(P&G), 지멘스 등 세계 유수의 대기업이 나이지리아에 진출해 있다.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총 210억달러를 돌파해 전년 대비 28% 급증한 상태다. 언스트앤영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2007년 이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 가장 많은 FDI를 유치한 국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부 이슬람교도와 남부 기독교도 간의 갈등, 고질적인 정부 부패와 열악한 사회 인프라는 나이지리아 경제의 발목을 잡는 불안요소다. 북동부에서 반기독교 기치를 내걸고 준동하는 보코하람 외에도 중부 지역에서는 조스 등을 중심으로 하우사·풀라니족과 다른 종족들이 격렬한 분쟁을 벌이고 있다. 남부 니제르삼각주에서도 반정부 분리주의 무장 게릴라들이 석유 매장지를 차지하기 위해 테러를 일삼고 있다. CNN머니는 "내년 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무장 세력의 테러가 기승을 부리면서 투자가들의 불안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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