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본] 엔고방어 사실상 중단

일본이 엔화 강세 방어를 위한 시장개입을 사실상 중단, 엔화 가치를 시장에 맡기는 쪽으로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수주간 달러를 사고 엔화를 파는 식으로 계속해온 일본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 강도가 최근 약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 22~23일, 그리고 26일 등 사흘간 엔화가 달러당 116엔대로 치솟았는데도 불구, 일본 당국이 시장에 발을 디디지 않는 등 시장 개입을 포기한 흔적이 뚜렷하다는 게 외환 트레이더들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그 배경으로 일본의 시장개입에 대한 미국의 반발 일본 외환관리 책임자의 교체 엔화 강세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적응 등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외환 정책에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 외환 책임자를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재무관에서 구로다 하루히코 국제담당 차관으로 바뀌면서 상당한 정책변화 움직임이 느껴지고 있다. 산와 은행의 하시모토 유키히코 외환담당부 책임자는 『사카키바라는 위압적인 스타일에다 시장개입 여부를 정치적 필요에 따라 결정했던 매우 「정치적」 인물이었다』며 『이제 시장개입을 바라보는 외환당국의 시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로다는 취임후 달러당 120엔 이상에서 억지로 묶는 방어보다는 엔화의 과도한 변동을 막는다는 차원에서만 시장 개입을 해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일본의 시장개입을 비난, 일본 외환당국을 움추리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이달초 래리 서머스 미 신임 재무장관은 일본의 시장 개입을 「낡은 정책」이라고 비난하며 『일본은 통화 조작이 아니라 경제의 기초여건 강화를 통한 내수 진작에 정책의 촛점을 맞춰야 한다』고 나무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 5일 발표된 중앙은행의 단칸(短觀)에서 일본 기업들이 웬만한 엔 강세에서도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고 자신, 경제 회복을 위해 엔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명분을 무색케 했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에 대해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이라는 카드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 급속한 엔고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중앙은행이 그동안 200억~250억달러 정도의 시장개입만 했기 때문에 시장개입 여력이 건재하고 이론적으로도 「통화 강세」가 아닌 「통화 약세」를 유도할 정책무기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ABN 암로 은행의 다카노 수지 외환담당 부책임자는 『미 금리의 추가 인상과 미 주가의 하락 가능성 등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자산을 달러가 아닌 엔화 등 다른 통화 표시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면서 『가까운 시일내 엔화가 달러당 110엔까지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일본 중앙은행은 엔화의 변동성을 줄이면서 경제회복에 보탬이 되는 엔화 수준을 정하는데 정책 주안점을 두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주용 기자 JYM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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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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