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개운치 않은 홍준표 대표의 개성방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을 이틀 앞둔 지난 28일 오후 정치부 기자들은 '개성공단 취재 다음날 오전까지 신청'이라는 휴대폰 문자와 공단 시설 시찰과 입주기업 오찬과 방문 등 홍 대표의 개성공단 일정이 담긴 이메일을 받았다. 각 언론사 기자들은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집권당 대표가 최초로 방북한다는 점에서 출장준비를 서둘렀다. 북측이 6월1일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비밀접촉에서 남측의 저자세'를 폭로해 정부를 궁지에 몬 이후에도 비밀 접촉설이 계속 나도는 미묘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언론의 관심은 컸다. 하지만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한나라당 측에서 "취재는 도라산역 남북출입사무소까지만 가능하다"는 문자를 다시 보냈기 때문이다. 그래도 '풀기자(대표취재기자)는 가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홍 대표 측은 "기자들은 아침6시40분에 국회에서 버스를 타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대표의 방북을 본 뒤 오후3시30분에 방문 기자회견에 참석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뭔가 미심쩍어 통일부에 확인한 결과, 애초부터 우리 측은 북측에 기자 동행을 요구하지 않았다. 물론 남북관계의 복원을 조심스럽게 타진하는 상황에서 언론동행으로 예기치 못한 변수가 돌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홍 대표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방북계획을 공개하고 방북 당일에는 아침부터 기자들을 도라선역에서 대기시킨 뒤 실제 개성공단에서의 행보는 언론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여의도 한나라당사에 와서 기자간담회를 할 수 있는데도 굳이 도라선역에서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 관계자를 만나지 않는 '실무방북'이라는 홍 대표와 통일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가 류우익 통일부장관과의 협의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승인도 받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남북 경제협력 확대와 정상회담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은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 대표가 남북관계에서 '봄을 알리는 제비'의 역할을 자임한 것을 적극 평가하면서도 모쪼록 '자기정치'보다는 사심 없이 남북관계 정상화에 힘쓰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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