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예 12년’의 치에텔 에지오포, CIA 드라마 ‘홈랜드’의 데이비드 헤어우드를 시작으로 영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와 시리즈물 ‘더 와이어’의 데이비드 오옐로우, 이드리스 엘바 등 영국 출신 흑인배우들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흑인들에게 돌아오는 역이 많지 않아 흑인 배우들은 기회가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것이 현실이다.
흑인 배우들은 최근의 ‘예술적 망명’은 평등이라는 명분의 일부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 겸 각본가 콰메 퀘이-아르마는 “정말로 기분좋은 현상이다. 영국에서는 유리천장 때문에 생활에도 어려움이 있으나 미국에서는 잘하면 오스카상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의 모든 배우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백인 배우도 마찬가지이지만 흑인 배우들 만큼 절실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영국 중부 버밍험에서 태어났으나 ‘홈랜드’에서 완벽한 미국 영어를 구사한 헤어우드는 “영국에서는 비중있는 배역이 많지 않아” 흑인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 유혹은 물리칠 수 어렵다는 생각이다.
배우 겸 극작가 나탈리 헤인즈는 영국 드리마와 비교해 미국 드라마는 분량이 많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미국에서는 기회가 많은 일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영국에서 활동하던 흑인 및 아시아계 연예인 2천여명이 영국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에드 바이지 문화부 차관은 1월말 전문가들을 초대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그는 “이 분야에서 우리가 미국에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구체적으로 배우들의 피부색에 관계없이 캐스팅하는 ‘블라인드 캐스팅’이 개선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BBC는 앞으로 배역 결정에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함께 올해 영국 아카데미(바프타)에서 ‘노예 12년’의 감독 스티브 매퀸과 주연 에이오포, 그리고 소말리아계가 큰 상을 받는 등 유색인종의 수상이 눈길을 끌었다.
일간 더 타임스는 “올해 바프타의 색깔이 변했다. 정말 오랜 세월을 거친 끝에 나타나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