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불황에 요리도 안한다

"재료 너무 비싸" 신선·가공식품 소비↓<br>간편 조리·즉석식품 매출은 고공행진


직장인 주부 이모(38) 씨는 최근 가정에서 요리를 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 신선식품을 구입해 직접 요리하는 것보다는 즉석식품이나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구입해 먹는 게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A 마트에서 판매하는 간편 조리 생선 상품인 '시원한 대구탕(850gㆍ3인분)'의 경우 9,9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대구탕에 들어가는 대구, 바지락, 대구곤, 무, 대파, 팽이버섯, 콩나물 등의 재료들을 최소단위로 개별 구매할 경우 21일 현재 1만 8,750원이 든다. 직접 조리 시 간편식 대비 2배 가량 비용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이씨는 "무, 배추 같은 신선식품은 수시로 가격이 올라 구입하기 부담스럽다"며 "4인 가족 한 끼로는 간편하면서도 좋은 품질의 가정간편식이 오히려 가격 부담이 적고 제품도 다양해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속되는 불황과 고물가 여파로 이씨처럼 요리를 안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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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대형마트에서는 요리에 활용되는 신선식품이나 가공식품의 소비가 줄고 있다. 이날 A 대형마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감소한 가운데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과 조미료, 장류 등 가공식품의 매출 하락폭은 더 컸다. 대표적인 신선식품인 시금치, 고추, 마늘의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각각 10%, 8.6%, 19%씩 떨어졌고 날생선도 5.7% 줄었다. 된장, 고추장은 두자릿수 마이너스 신장률을 기록해 역대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상반기 된장 매출은 전년 대비 19.6%, 고추장 매출은 21.3% 줄었으며 식용유 역시 -13%를 기록했다.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과 참외 매출도 각각 -10.1%, -10.5%를 기록했다.

반면 간편식 제품은 불황 속에서 더욱 각광받았다. 캠핑 및 1~2인 가구 증가의 덕분이기도 하지만 간편식 제품을 이용할 때 개별재료를 구입하는 것보다 최대 50% 가량 재료비를 아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 상반기 A 대형마트에서는 간편조리생선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48.5% 늘어난 것을 비록해 냉장냉동간편식이 7%, 간편조리식품이 8.5% 늘어났다. 특히 대구탕ㆍ동태탕ㆍ해물탕ㆍ낙지 볶음 등 모든 재료가 갖춰져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간편조리 생선류의 인기가 높다. A 대형마트 관계자는 "간편조리생선이 4년 만에 처음으로 반건 생선 매출을 넘어섰다"며 "이에 따라 지난해 15개 품목에서 올해는 꽃게탕, 해물 된장찌개, 우럭 매운탕 등 25개 품목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업체들은 집에서 간단히 데워 먹기만 하면 되는 생선 구이류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이 처음에는 '저가격ㆍ저품질 제품'이라는 인식과 위생 등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으나 최근 들어 다양한 메뉴 개발과 품질 개선이 이어지고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더해지면서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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