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신용카드 불법 현금 지급 실태 어떻길래

연회비 10만원 VIP카드도 한달 안에 캐시백

길거리 모집 불법 불구 활개 … 사실상 '복마전'

모집인 수수료 과도하게 지급 "카드사 암묵적 지원" 의구심도

고객 비용 절약에 불법 묵인 "보험법처럼 개정" 업계 원성


회사원 박지현(가명·29)씨는 최근 우량고객(VIP)을 대상으로 하는 연회비 10만원짜리 'K카드'를 대형 B카드사로부터 발급받았다. 박씨는 연회비가 비싸 망설이기도 했지만 모집인이 12만원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통에 부담 없이 발급받았다. 이른바 '현금 캐시백'은 발급 이후 한 달 안에 이뤄졌다.

지난주 말 서울랜드 등 놀이공원 주변에서는 카드 모집인들이 은밀하게 모여들어 장을 펴기 시작했다. 놀이공원 가격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고 각종 할인 혜택이 풍부하다는 유인 설명이 빠지지 않는다. 현행법상 카드 길거리 모집은 모두 불법이지만 이 같은 모집 행태는 향락철만 되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신용카드 모집 과정에서 불법적인 현금 지급에 대해 전업계 카드사 7곳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하면서 사실상 '복마전'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신용카드 모집 실태가 새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카파라치(카드 불법모집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을 최대 100만원까지 올린 금감원은 카드사 본점에 대한 특별검사를 통해 일부 모집인들의 금융계좌를 집중적으로 분석할 방침이다. 이참에 현금 지급을 유인으로 한 카드 불법 모집 행태를 아예 뿌리 뽑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카드업계에서는 이 같은 당국의 방침에 대해 회의론이 더 강하게 나오고 있다. 당국의 서슬이 시퍼럴 때는 불법 모집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카드 모집 행태를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만큼 모집을 둘러싼 변칙·불법 행위가 뿌리 깊고, 무엇보다 수만여에 이르는 모집인들의 생계가 직결된 탓이다.

실제 기자가 16일 한 포털 사이트을 통해 카드 모집인에게 A카드사의 'T카드'를 발급하겠다고 하자 "3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카드의 연회비는 국내 전용 1만원이다. 이 같은 모집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신용카드 연회비의 100분의 10을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모집 행위를 금지해놓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이 단속을 강화해도 영업 현장에서 사문화된 법이 통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모집인들이 사실상 카드사의 암묵적 지원 아래 현금 및 경품을 지급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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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발급에 따른 모집인 수수료를 카드사가 과하게 지급하고 이것이 사실상 현금 및 경품 지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에 따르면 일부 카드 모집인들의 경우 매달 수백장씩 카드를 발급하고 억대가 넘는 연 수익을 챙기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고객이 카드를 4개월 이상 유지할 경우 평균 17만원가량의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라며 "모집인들은 현금이나 경품을 주고라도 카드 발급 실적을 늘리려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감시해야 할 개별 카드사들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점도 카드사와 모집인 사이의 유착 관계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카드사들은 자체적으로도 준법감시팀·영업지원팀을 통해 대형마트·테마파크·공원 등을 불시에 찾아 암행감찰을 하지만 카드 모집인 해촉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해촉이 실제로 벌어지면 나머지 모집인들이 연쇄적으로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회비 보전 행위가 관행이 되다 보니 카드업계의 불법 모집인 적발 의지는 약해졌다.

지난 2012년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사들이 '카파라치' 제도를 도입해 불법 모집 행위를 잡아내려 하고 있지만 신고·접수 건수는 156건, 포상금 지급 건수는 55건에 불과하다.

금융당국도 지금까지는 거의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카드사는 회원이 늘어나고, 카드 모집인은 고객 유치를 통해 생계를 잇는다. 카드 모집인은 올 2월 말 현재 공식 집계된 것으로만 3만8,000여명에 이른다. 불법을 바로잡기 힘든 더 큰 이유는 고객들 스스로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불법을 사실상 묵인한다는 점이다.

모든 주체가 긍정적 결과만 바라보다 보니 불법 모집인을 잡아내라고 카드사들을 채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고 범법자만 만들어낼 수 있는 법인만큼 폐지 내지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시장에서 형성될 가격을 규제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 있다"면서 "의미가 없는 법인 만큼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카드 연회비가 1만원에 불과해 1,000원을 제공하게 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면서 "보험업법처럼 3만원까지 제공할 수 있도록 특정하든지 카드 연간 이용금액에 쿼터를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 계약 체결 시부터 최초 1년간 납입되는 보험료의 100분의10과 3만원 중 적은 금액을 설계사가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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