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압박하는 美 "亞안보·경제연대 확대" 반발하는 中 "영토분쟁 등 참견말라"

美, 濠에 군사기지 설립 등 中견제·자국경제 이익 노려<br>中은 군사동맹 확대 등 불만 EAS는 경제만 논의 못박아<br>"겉으론 공동 번영 외치지만 당분간 갈등구도 격화될듯"


압박하는 美 "亞안보·경제연대 확대" 반발하는 中 "영토분쟁 등 참견말라" 美, 濠에 군사기지 설립 등 中견제·자국경제 이익 노려中은 군사동맹 확대 등 불만 EAS는 경제만 논의 못박아"겉으론 공동 번영 외치지만 당분간 갈등구도 격화될듯" 뉴욕=이학인특파원 leejk@sed.co.kr 베이징=이병관특파원 yhlee@sed.co.kr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의 존재와 임무를 확대하는 것을 국방정책의 최우선으로 삼도록 지시했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17일부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아세안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을 앞두고 미국이 아시아 국가와의 연대를 통한 대중국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동아시아 맹주인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국제 틀을 만들어 미국의 대아시아 안보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동남아 국가 등과의 경제 연대 확대를 통해 자국 경제회복 발판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은 위안화 환율 저평가 문제 등 경제 이슈부터 중ㆍ아세안 간 영토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안보 문제에 이르기까지 동시 다발적이자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잇단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위안화 문제 등) 특정 국가가 정한 일방적 규칙은 준수할 의무가 없으며 미국이 평화ㆍ발전ㆍ협력의 국제 시대 조류를 거슬러 군사동맹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주 말의 EAS를 앞두고 대중 포위망을 구축하기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는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진행되고 있다. 16일에는 호주 캔버라에서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동아시아 안보 강화를 위해 호주에 2,500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기로 합의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호주는 남중국해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올해 항공모함 진수 등 날로 커지고 있는 중국의 해양 군사력을 견제하기 위한 유리한 군사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에 대해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호주에 군사기지를 세우고 있다"고 경계했다. 미국은 이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확대 제안으로 동아시아 중심의 경제블록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을 강력히 견제하고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미ㆍ필리핀 상호방위조약 60주년 기념식 참석차 마닐라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주요 이슈로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AP통신은 클린턴 장관이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와 함께 필리핀 해군력 강화 지원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당초 역내 경제협력이 주요 이슈였던 EAS에 미국이 의도적으로 남중국해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에 노골적 불만을 표시하며 성명을 통해 이번 회의에서 남중국해 문제는 의제에 없다고 못 박았다. 중국 외교부의 류웨이민 대변인은 16일 "남중국해 분쟁에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며 "이번 회의에 이 의제는 없으며 만약 거론된다면 협력과 신뢰 분위기는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의 포위 전략에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며 아세안 개별 국가와의 접촉과 설득을 통해 남중국해 문제는 쌍방 국가가 풀어야 할 문제라며 외교적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정법대의 문일현 교수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세계 패권주의와 중국의 해양 진출 패권이 정면 충돌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양국이 겉으로는 주요2개국(G2)으로서 공동 번영과 협력을 외치고 있지만 당분간 기본적인 갈등 구도가 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초강 군사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개입을 강화하는 미국의 행동을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계산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G2 국가로 성장했음에도 개발도상국임을 강조하며 핵 문제 등 국제 문제에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 중국에 근본적인 신뢰를 갖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는 지난 10년간 전력을 쏟아부었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발을 빼고 아시아를 외교전략의 최우선 순위로 두기 시작한 점과도 맥을 같이한다. 클린턴 장관은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 기고문에서 향후 10년간 미국 국정 운영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외교적ㆍ경제적ㆍ전략적 투자를 증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2위의 경제력으로 하루가 다르게 지역 헤게모니를 장악해나가는 중국의 움직임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또 미국은 그동안 중동정책에 초점을 맞추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아시아 경제블록에 대항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 아세안과의 1위 교역국이었지만 이후 중국과의 교역이 급성장하면서 이제는 9위 교역 국가로 내려앉았다. 이에 따라 이번 EAS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아세안 국가와의 경제 연대 강화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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