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안전한 식탁을 위해-김낙회 관세청장


찬 바람이 불고 날씨가 쌀쌀해지면 어느덧 김장철이 돌아왔음을 알게 된다. 예전에는 이웃이 함께 모여 김장을 담그고는 했다. 배추를 사야 하고 갖가지 양념도 준비해야 해서 주부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웃과 품앗이로 김장을 하고 김장 김치 몇 포기를 서로 나눠 먹던 넉넉한 인심이 있었다. 김장하고 연탄을 들여놓으면 한겨울도 전혀 걱정 없다던 것이 서민들의 마음이었다.


김장 문화는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고유의 문화다. 김장 준비에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지만 주부들의 가장 큰 걱정은 무엇보다도 김장 재료의 원산지 문제일 것이다. 수입산이 범람하면서 내 가족이 먹을 음식 재료가 과연 믿을 만한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발표된 전 세계 1인당 식품수입량은 우리나라가 1인당 469㎏으로 영국 411㎏, 프랑스 403㎏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외국에 대한 식량의존도가 큰데다 일본의 방사능 유출, 중국의 멜라민 분유처럼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식품 파동 등이 우리를 불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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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이 돌아오면 정부와 각 지자체는 원산지 표시 단속에 힘을 기울인다. 고추나 마늘 등 가격이 싼 수입산 양념 재료가 값비싼 국산으로 둔갑돼 팔리지 않는지, 국산과 외국산을 섞어서 파는지 등을 엄격하게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갈수록 유통 수법이 지능화돼가고 있는 불법 유통업체와 단속기관의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국내산을 외국산으로 표기하거나 외국산 농산물을 국내산 포대에 재포장해 판매하는 행위는 고전적인 수법이다. A국가의 수산물 원산지를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B국가로 표기한다. 수입산 양념 거래 내역서를 국내산으로 위·변조해 단속을 피하는 등 지능적인 수법도 등장한다. 얼마 전 적발된 밀수업자는 중국에서 12억원 상당의 건고추 180톤을 부산항으로 들여와 다시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것처럼 신고하고 실제로는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려다 적발됐다. 이렇게 원산지를 속이려다 적발된 농수축산물은 올 한 해 관세청에서만 129개 업체 872억원 규모에 달한다. 원산지를 정확하게 표시해 판매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값싼 외국산을 높은 가격에 사는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불량식품을 그대로 식탁에 올려놓게 된다. 국내산으로 둔갑해 판매가 되면 국내 생산 농가나 어민들이 피해를 입게 되고 결국에는 생산 기반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수입산에 밀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안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세관, 농산물품질관리원, 수산물품질관리원, 각 지자체를 포함하는 원산지표시위반 단속 범정부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기관 간에 정보와 단속기법을 공유하고 합동단속도 실시하는 등 수입 먹거리 위반행위에 공동 대응해 나가고 있다. 올겨울에는 가정에서 김장 김치를 안심하고 식탁에 올려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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