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원·엔 동조화 유도 1개월] 원·엔 급락 막았지만… 원·달러 변동성 유럽위기 후 가장 커져

원화, 국내보다 일본 정치 상황에 더 휘둘리며 유탄<br>원·달러 일평균 변동률 0.47%… 亞 신흥국 중 최고<br>원·엔 동조화도 갈수록 시들… 연내 920원대 전망

국제유가의 급락 여파로 1일 원·달러 환율이 한때 12원 급등한 가운데 전날보다 5.6원 오른 1,113.5원에 마감했다. /이호재기자


지난달 6일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의 "원화와 엔화를 동조화해서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온 지 1개월을 앞둔 가운데 동조화 유도 외환정책이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말 일본은행(BOJ)의 깜짝 추가 양적완화로 원·엔 환율이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으나 주 차관의 발언 이후 원화와 엔화 가치가 '손잡고' 움직이면서 환율이 우려만큼 급락하지 않은 점은 크나큰 성공이다. 다만 원화가 국내 경제상황보다는 조기 총선 등 일본 국내 정치·경제 상황에 더 휘둘리면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대로 치솟았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원·엔 급락 방어…한 마리 토끼는 잡았다=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한 후 이틀이 지난 10월31일 BOJ가 자산 매입규모를 연간 60조~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리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국내에서는 걱정이 증폭됐다. 막대한 경상흑자로 원화가 강세 기조를 유지하는데 엔화는 가파른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원·엔 환율이 급락할 것이고 우리 수출전선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실제 10월30일 100엔당 약 967원(외환은행 고시 기준)이던 원·엔 환율은 불과 2거래일 만에 951원으로 약 15원이나 급락하며 불안감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주 차관의 발언 이후 원·엔 환율의 하락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6일 이후 원·엔 환율은 8거래일 동안 946~950원 사이에서 게걸음 장세를 보였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당국이 원·엔 동조화라는 일종의 방향성을 밝히자 시장은 엔·달러 환율을 주시하면서 거래를 했다"며 "원·엔 동조화가 일어나면서 환율 하락세도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당국이 거액을 한꺼번에 외환시장에 풀어 개입하는 방식에서 소액을 자주 푸는 방식으로 전환해 개입물량을 정확히 추산할 수는 없지만 원·엔 환율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면 원·달러 시장에 실물 개입해 원·엔 급락을 막는 모습을 보였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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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변동률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대=반면 변동성은 놓쳤다. 11월 원·달러 환율의 일평균 변동률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우리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던 2011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월 일평균 변동률은 0.47%로 2011년 12월(0.6%) 이후 가장 높았다. 1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장중 10원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11월 원·달러 환율의 일평균 변동률은 아시아 신흥국 중 최고치다. 말레이시아(0.25%)의 2배에 달하며 태국(0.18%), 인도네시아(0.15%), 인도(0.14%)보다도 높다. 높은 단기외채 비중, 막대한 경상적자 등으로 강달러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터키(0.41%)도 웃도는 것이며 국제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휘청이는 브라질(0.79%), 남아프리카공화국(0.5%)과 버금간다.

이는 엔화가 아베 신조 총리의 조기 총선 선언 및 일본 통화정책회의 의사록 공개 등에 따라 춤을 추자 원화도 유탄을 맞은 탓이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환율에 대해서 절대적인 수준보다는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원·엔 환율 급락을 잡느라 변동성은 이를 놓치게 됐다. 기업은 난처한 상황이다. 매일 환율이 10원 가까이 요동치니 달러 매도시점에 따라 막대한 환차손이 우려돼 달러 매도 및 매입 시점을 잡기가 쉽지 않다.

◇갈수록 약해지는 원·엔 동조화=꼭 붙어 다니던 원화와 엔화 가치도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11월 초 951원73전에 거래됐던 원·엔 환율은 주 차관의 발언으로 950원 내외에서 움직이다 최근 들어 다시 하락하기 시작해 1일 930원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11월 한 달 동안 엔·달러 환율은 4.4% 상승(엔화약세)한 반면 원·달러 환율은 3.3% 상승하는 데 그쳐 원·엔 환율은 1.5% 하락했다. 원화와 엔화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는 있으나 원화는 막대한 경상흑자로 엔화약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원·엔 동조화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며 "연말께 920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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