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우리 집값은 왜 이래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사상최고치의 97%까지 회복했다는 한 민간 정보제공업체의 자료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김씨가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값이 떨어진 후 지금까지 꿈쩍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내 중개업소에는 여전히 급매물이 쌓였지만 그마저도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지난 2010년 2월이 사상 최고치였다는 분석에 의문이 증폭됐다. 당시 자신의 집값은 속절없이 떨어졌는데 다른 곳은 회복세를 보였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문은 김씨뿐 아니라 동료인 정씨도 마찬가지다. 모두들 "우리 집은 왜 이런 거야"라는 불만을 터뜨렸다. 정말 왜 이런 것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통계의 착시 탓이다. 이 민간 정보제공업체 자료에 따르면 집값이 한창 하락세를 기록하던 지난해 2월이 고점이었던 것은 바로 새 아파트 때문이다. 높은 가격에 분양된 새 아파트 가격이 통계에 포함되면서 평균 아파트 값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은평구에서는 은평뉴타운의 가격이 포함됐고 중구ㆍ종로구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강남 3구 중 서초구의 집값 회복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난 것 역시 반포 일대 대규모의 새 아파트 입주가 이뤄진 탓이다. 일부 재건축 추진단지와 이들 새 아파트를 제외하고 기존 아파트 가격을 비교해보면 회복세가 비약하다. 일산 등 수도권 서북부지역은 여전히 침체 상태다. 국토해양부가 제공하고 있는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를 들여다봐도 값이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다. 전세 시장을 둘러싼 정부와 시장의 시각차 역시 통계와 현실간 괴리에서 발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1~2년 사이 수천만원은 물론 1억원 이상 전셋값이 뛴 곳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일시적ㆍ국지적 현상으로 보는 분위기다. 매매 거래가 회복되면 전세 문제도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민간 정보제공업체의 통계는 자칫 시장 상황에 대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 반대로 시장의 특성을 읽지 않고 지나치게 통계 숫자에만 의존한 정부 정책 역시 위험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정책은 시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나올 수 있다. 자칫 일부 지역의 거래량이나 가격 동향을 확대 해석하거나, 시장의 이상 신호를 무시하고 통계에만 집착해 내린 정책 결정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부분 새 아파트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건축을 추진할 만큼 낡지도 않은 '보통' 아파트 단지다. "집값이 올랐다는데 내 집은 왜 이렇지"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특히 서울만 벗어나면 여전히 가격 상승은 고사하고 팔리지 않은 매물이 쌓여만 있다. 특정 지역, 특정 단지 입주 효과에 따른 가격 상승이 마치 시장 전반의 현상인 것처럼 착시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내부의 여러 변수를 감안하면 집값이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다 민간부문의 신규 공급도 크게 위축돼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집 사기를 망설이는 것이 일반 수요자의 대체적인 정서다. 집을 사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집을 사기 위해 1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이자만 한 달에 꼬박 50만원 정도가 나간다. 가계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금액이다. 금리 상승이 계속될 경우 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상쇄하려면 집값도 일정 비율 이상 계속 올라줘야 하는데 외곽지역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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