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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 2의 윤창중’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정치부장단과의 만찬에서 “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인선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박 대통령은 극우주의적 발언으로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주위의 반대와 우려에도 윤 전 대변인을 대통령 당선인 수석대변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 청와대 대변인에 연이어 임명했으며 새누리당 인사와 측근들이 반대의사를 전달하면 “제게 맡겨달라”며 인사를 강행했다.
이번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건을 겪으면서 박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국격ㆍ위상에 흠집이 생겼고 CNN 등 해외언론을 통해 추악한 실상이 모든 나라에 전달되는 망신을 당했다. 사람 하나 잘못 뽑은 것이 국익을 손상시키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청와대가 수석과 비서관, 장차관, 공기업 수장 등에 대한 인선기준을 다시 만들고 인사위원회 시스템도 재정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대통령은 윤창중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앞으로 인사위원회에서 더 다면적으로 철저하게 검증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해 조금 더 철저히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시스템을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 그래서 인사자료도 차곡차곡 쌓으면서 상시적으로 인사검증을 하는 체제로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소 때늦은 감은 있지만 박 대통령이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한 만큼 앞으로 구체적인 실천의지와 행동준칙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다면평가에는 특정인에 대한 상급자와 부하직원들의 평판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은 이남기 홍보수석과 갈등을 일으키는 등 조직의 위계질서를 무시했고 부하직원과의 소통에도 큰 문제가 있었다”면서 “거의 두 달 동안 그와 제대로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청와대 참모와 장차관 인사의 경우 박 대통령과 인사위 멤버 소수가 결정하면 아래로 그대로 전달되는 체계였다”면서 “이 같은 하향식ㆍ일방적 방식에서 벗어나 상향식ㆍ쌍방향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래로부터의 복수추천, 인사위의 철저한 검증을 통해 대통령이 최종 낙점하는 상향식 인사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추천과 검증을 분리해 이중삼중으로 인사 대상자를 점검하고 면접ㆍ평판조사도 꼼꼼하게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과거 경험치를 적어놓은 ‘수첩’에 의존하다 윤창중 사태 같은 대형 악재를 초래했던 만큼 앞으로는 ‘시스템’ 인사로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 대변인뿐 아니라 박 대통령이 임명한 첫 총리 내정자부터 국방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법무부 차관 등 고위직 내정자 7명이 줄줄이 낙마한 사태를 반추해봐야 한다.
박 대통령의 방미기간에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한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수첩인사ㆍ밀봉인사ㆍ불통인사 등 말들이 있는데 이를 과감하게 시스템 인사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단수추천을 받아 그 사람을 바로 낙점하는 일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복수 후보자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등 역대 정부가 업데이트한 인사자료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전 정부의 인사자료를 이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개인정보와 프로파일을 열람하는 과정에서 외부로 새어나갈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 초기에 이 같은 과거 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인선에 나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역대 정부의 인선자료는 단시일 내에 획득할 수 없는 귀중한 국가문서인 만큼 법률적 문제가 있다면 이를 고쳐서라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개인정보는 인사위 위원들이 보안을 철저히 하고 혹시 누출되면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이는 ‘법률’의 문제가 아니라 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의지’ 문제인 것이다.
해외순방 매뉴얼과 행동준칙도 꼼꼼하게 다듬어야 한다. 박 대통령은 5월 미국에 이어 오는 6월부터 중국ㆍ러시아ㆍ유럽ㆍ동남아시아 등 앞으로 한두 달에 한번꼴로 해외순방에 나서며 정상회담을 한다. 역대 정부의 매뉴얼을 참조해 순방에 동행하는 청와대 참모, 장차관들의 행동준칙을 마련하고 책임과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때는 반드시 징계가 뒤따르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