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日本 대지진]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

당분간 상승 지속 전망<br>물가 악영향 커질 우려


엔ㆍ달러 환율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 국내 외환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엔화 가치 상승에 따른 상대적인 달러화 약세로 원ㆍ달러 환율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대응이 없던 외환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현 상황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원50전 오른 달러당 1,135원30전으로 마감했다. 일본 대지진에 따른 자금 수요 확대로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화 강세, 달러화 약세가 펼쳐지며 국내 원화가치는 상대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사들인 달러로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사기 때문에 엔화 강세, 원화 약세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일본과 가장 인접한 시장이자 아시아에서 달러 조달이 상대적으로 쉬운 곳이 우리나라이다 보니 일본 대지진에 따른 엔ㆍ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을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받는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역외 시장 참가자들이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달러와 엔화를 매수하는 것이 원화와 엔화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 역시 국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채권국인 일본이 국외자산 매각을 통해 일본 내로의 송금 수요가 증가할 경우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규모가 크지는 않아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 들어와 있는 일본자금은 6조6,000억원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1.8%에 불과하다. 채권시장 투자자금은 이보다 훨씬 적은 7,082억원(전체 채권시장 자금의 약 1%)에 그친다. 문제는 앞으로의 환율의 방향성이다. 일본 대지진 여파가 하루아침에 끝날 일이 아닌 만큼 원화 강세 역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강한 가운데 환율이 급등할 경우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은 생각보다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행의 분석으로는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각각 10% 오를 때 소비자물가 상승효과는 0.80%포인트, 0.20%포인트에 이른다. 즉 환율의 영향력이 유가의 4배로 환율 상승이 유가 안정에 따른 효과를 훨씬 뛰어넘는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부담이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 크지 않다. 지금과 같은 강세 쏠림 현상이 얼마나 갈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외환 당국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엔화 강세 약화는 금융시장의 변동성 완화라는 측면에서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은 작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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