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법조이야기] 취업규칙 관련 판례 시대따라 변화

그러나 과거 일부 회사들이 경영난 등을 이유로 이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특히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자금난에 시달린 일부 회사들이 퇴직금지급에 따른 경영부담을 덜기 위해 퇴직금규정을 일방적으로 고쳐 송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회사가 근로자단체의 동의를 받지 않지 않은 채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바꿔서는 안된다는 최초의 대법원 판결은 지난 77년7월26일이다. 이후 대법원은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회사가 취업규칙을 바꿀 경우 규칙 변경후 입사한 근로자들도 변경전의 규칙을 적용받는다고 선고, 근로자들의 권익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90년4월27일 李모씨가 한진해운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비롯됐다. 이 사건은 윤영철(尹永哲)·박우동(朴禹東)·이재성(李在性)·김용준(金容俊)대법관이 맡았다. 원고 이씨를 대리해서는 김상훈(金相勳)변호사가, 피고를 대리해서는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가 맡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년뒤 92년12월22일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 해도 규칙 변경후 입사한 근로자들은 당연히 변경후의 취업규칙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90년 판결을 폐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강원산업을 퇴직한 이모씨가 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이 판례변경은 현실성을 크게 반영한 것이다. 왜냐하면 비록 동의를 받지않은 취업규칙이지만 개정된 취업규칙을 알고 입사한 근로자들에게까지 기존 근로자와 같은 혜택을 줄 수는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판례는 특히 기업가들에게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의 판례변경은 김덕주(金德柱)대법원장, 이회창(李會昌)·최재호(崔在護)·박우동(朴禹東)·윤관(尹 )·김상원(金祥源)·배만운(裵滿雲)·김주한(金宙漢)·윤영철(尹永哲)·김용준(金容俊)·김석수(金碩洙)·박만호(朴萬浩)대법관이 참석해 전원합의체로 이뤄졌다. 원고 李씨를 대리해서는 오승근(吳承根)변호사가, 피고인측 변호사는 없었다. 박우동·배만운 대법관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다른 대법관들과 달리 별개의견을 냈다. 이들은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못한 취업규칙은 무효기 때문에 종전의 취업규칙은 계속 유효한 것이다』면서 『따라서 변경후 입사한 근로자들도 종전 취업규칙을 그대로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종열기자YJYUN@SED.CO.KR

관련기사



윤종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