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장기적으로 약세 예상되는 엔화

주요7개국(G7)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들이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을 용인하고 엔고저지를 위한 국제공조에 합의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도쿄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76엔선까지 떨어졌던 엔화가 81달러선을 회복했으며 원ㆍ달러 환율 역시 하락세를 나타냈다. 도쿄를 비롯한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일본의 대지진 사태 이후 국제금융시장은 일본이 복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엔화가치가 치솟는 등 극심한 불안에 휩싸였다. 일본은행이 무려 41조엔이 넘는 엄청난 유동성을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엔ㆍ달러 환율이 한때 76.25엔까지 하락(엔화가치 상승)하고 주요국 증시가 폭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행히 G7이 공동대응에 합의해 당분간 엔화환율은 어느 정도 기복은 있겠지만 급격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에 의한 시장불안도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엔화환율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이번 지진사태와 방사성 물질 유출 등에 따른 일본경제의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원전사태의 전개양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단기적으로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져 엔화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엔화는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엄청난 피해를 복구하려면 막대한 엔화공급과 그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신용위험 상승 등 일본경제의 펀더멘털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엔화강세는 일시적 현상이며 재정적자 등으로 약세로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995년 고베지진 때도 엔화는 석달 정도 강세를 보이다 약세로 돌아선 후 이 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졌다. 엔화가 기조적인 약세로 돌아설 경우 우리 수출경쟁력의 상대적 약화 등 많은 파장이 예상된다. G7의 공조로 일단 엔화강세 현상은 저지됐지만 중장기적으로 엔약세 및 엔캐리 청산 가능성 등에 대한 대비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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