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로 올해 2ㆍ4분기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 수출증가율이 전년대비 7.4% 증가할 것으로 다소 낙관적으로 전망했지만, 올해 수출증가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국가들이 더 늘어날 경우 하반기 수출전선은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는 불안한 형국이다.
실제 올해 월별 수출증가율을 보면 1월 마이너스 7.0%를 기록한 이후 2월에는 20.6%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3월(-1.4%), 4월(-4.8%), 5월(-0.5%) 등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이달 큰 폭의 증가율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2ㆍ4분기에는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5월까지의 누적 수출규모는 2,280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0.5% 상승에 그치고 있다. 반면 수입은 2,223억 달러로 4.1% 증가했다. 수출 증가속도보다 수입 증가속도가 더 빠른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5월까지의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58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4억 달러보다 57%나 급감한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 사태로 유럽연합(EU)뿐 아니라 중국, 미국 등 이른바 '빅3'로 수출감소가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우 지난 2월을 제외하고 올해 들어 매월 수출증가세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월 -2.4%, 3월 -4.2%, 4월 -3.1%, 5월 -4.9% 등을 나타냈다.
우리나라 수출의 10%를 차지하는 EU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1월에는 수출증가율이 -38.0%를 기록했고, 3월과 4월에도 각각 -20.4%, 20.8%를 나타냈다. 5월에도 0.5% 줄었다.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했던 미국시장도 불안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대미 수출은 2월 47.4%, 3월 27.9%, 4월 4.2%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5월에는 마이너스 8.3%로 돌아섰다. 유럽 위기가 악화될 경우 버팀목 역할을 했던 미국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 수출증가율은 5% 미만에 그칠 가능성이 있으며 유럽이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경우 마이너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우 가공재 수출보다는 내수시장을 겨냥한 수출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유가상승으로 우리나라의 대(對)중동 경상수지 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1년 지역별ㆍ국가별 경상수지'를 보면 원유 수입 수요가 많은 중동지역 경상수지 적자는 823억달러로 전년의 462억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대중동 적자 규모는 지난 1998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상수지 적자가 270억달러로 전년의 201억달러보다 70억달러 급증해 우리나라의 최대 경상수지 적자국으로 부상했다.